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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한주 기자] |
열사대책위에 따르면 마사회는 교섭에서 법적 책임이 확인되지 않는 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유족보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민길숙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상황실장은 “교섭 결렬의 핵심 이유는 ‘책임자 처벌’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마사회 측 교섭위원은 수사결과에 따르겠다고 했다. 심지어 문중원 열사 유서의 신빙성과 진위를 의심하기도 했다”며 교섭 결렬 이유를 전했다.
열사대책위의 주요 교섭 요구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반복된 죽음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유족에 대한 사과 및 자녀 등 유족 위로 보상 등이었다.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경쟁성 완화, 차별 금지, 건강권 보장, 표준기승계약서 등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가‘2017년 마필관리사 관련 합의사항’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제도개선 이행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열사대책위는 “제도개선은 ‘반복된 죽음의 재발방지’를 위한 것으로, 2017년 합의사항 이행 여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3년 전과 비교해 마필관리사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공공운수노조는 2017년 박경근, 이현준 열사의 죽음 이후 투쟁을 통해 마사회와 마필관리사 처우개선 관련 합의를 도출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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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한주 기자] |
민길숙 상황실장은 교섭 재개 여부와 관련해 “마사회 측의 태도 변화가 있을 시 교섭을 요청하라고 요구한 상태”라며 “71년 동안 운영된 마사회는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교섭위원들 또한 자기반성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마사회가 책임을 지게 하려면 정부가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열사대책위와 시민대책위는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마사회 적폐청산 투쟁과 함께 정부의 책임을 묻는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열사대책위는 오는 5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마사회진상조사 보고회를 진행할 계획이며, 8일에는 과천경마공원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예정돼있다.
한편 노동안전보건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건강한노동세상, 김용균재단,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9개 노동안전보건단체는 이번 교섭 결렬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일터 괴롭힘에 대해서는 특수고용노동자까지도 특별근로감독을 하겠다 큰소리 쳤지만, 7명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외면하고 있다. 마사회 관리감독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아무런 대응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미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문중원 기수 자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을 포함한 진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 생명을 지키고 노동을 존중하겠다던 정부의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앞서 고 문중원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한국마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유족들은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 제도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27일부터 고인의 시신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으로 옮겨 36일째 이곳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고 문중원 기수를 포함해, 현재까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만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