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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견’ 현대기아 비정규직, 단식 12일째

약속 뒤집은 노동부, 비정규직 파업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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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현대기아차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기준에 따라 직접고용을 명령하겠다고 밝혔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노동부는 검찰 기소 기준으로 이달 내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겠다고 말을 바꿨다. 법원판결 기준은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모든 공정이지만, 검찰 기소 기준은 이와는 달리 일부 공정을 대상으로 한다. 노동부가 직접고용 명령 범위를 축소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2일 서울고용노동청 앞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노동부가 원래 약속대로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모든 공정에 대해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농성에 이어 김수억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은 지난 29일 단식에 돌입했다. 폭염 속에서 12일째 단식하고 있는 김 지회장은 맥박 등 바이털 수치가 낮은 상태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속노조가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을 때도 답변하지 않았다. 9일 노조는 다시 노동부 측에 “법원판결 기준대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노동부가 입장을 밝힐 때까지 농성과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불법파견 문제와 더불어 현대그린푸드 노동자의 최저임금 문제 해결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됐는데도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의 임금에는 큰 변화가 없다. 현대그린푸드가 지난 1월 격월 상여금을 매달 지급으로 바꾸고 최저임금 범위에 산입한 까닭이다. 교통비 역시 최저임금에 녹였다. 따라서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관계자가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2024년까지 동결’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국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조합원은 600여 명에 달한다.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 김수억 지회장

김 지회장은 “10번의 법원 판결에도 현대기아차가 꿈쩍 않는 건 재벌이라는 이유 말고 없다. 재벌은 법 위에 군림한다”며 “지난해 노동부는 원청에 비정규직지회와 직접 교섭하라고 결정했는데도 기아차는 이행하지 않았다. 기아차는 상견례 한 번, 현대차는 만남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아차 사장이 기소된 상황에도 사측은 ‘특별(선별)채용을 전제로 하면 교섭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의 입장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문제가 크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시정명령 약속을 스스로 뒤집었다. 또 중앙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제도를 통해 현대그린푸드가 악용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20일 공동 파업을 진행한다. 파업 결의대회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다. 이날 노동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부터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