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민주연대,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등 2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수단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살 책임이 있는 군부는 권력을 즉각 수단 국민들에게 이양하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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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제민주연대] |
수단에선 지난해 12월 빵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촉발돼 현재까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독재자는 물러났지만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며 시위대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3일 군부는 수도 하르툼에서 권력이양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공격해 1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강간 피해를 입은 이른바 ‘하르툼 대학살’을 자행했다.
또 군부는 시민사회와 권력이양에 합의했으나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무력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시위에 나선 수만 명을 향해 군부가 실탄을 발사해 10여 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당했다. 군부와 야권은 다시 협상을 통해 5일 번갈아 과도권력기구를 맡기로 합의했지만 시민단체들은 군부가 언제든지 이 약속을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수단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선 수단 민중에 대한 지지가 절실하며 수단 민중의 민주주의 운동은 수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활동가는 “하르툼 대학살은 5.18을 기억나게 한다”며 “하루아침에 100여 명을 학살한 현재의 군부는 박정희에 이어 집권한 전두환과 다를 바 없다. 수단 민중이 패배한다면, 한국의 자유한국당, 태극기 부대와 같은 세력이 정치를 장악할 것이고, 승리한다면 우리도 촛불의 미완의 과제를 밀고 갈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한국은 수단 혁명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지만 한국도 이미 깊이 관련돼 있는 문제”라며 “지난해 4월 한국 정부는 수단정부와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한국기업의 수단 투자에 대해 논의했으며, 실제로 과거 대우그룹은 수단 내 최대 투자기업 지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군부가 집권한다면 한국기업의 부당한 유착과 착취도 발생하기 쉬울 것”이라며 “이 혁명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참가단체들은 수단 국민들이 쟁취해 내고 만들어갈 민주주의는 수단뿐 아니라 아랍과 아프리카의 민주주의에도 큰 용기와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한국 시민들이 독재와 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수단 시민들과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수단대사관 측에 전달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했다. 관련 단체들은 현지에 한국의 지지를 전하는 등 연대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