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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재벌 매각, 구조조정 마침표 될 것”

진보진영, 결합심사 앞두고 전국대책위 띄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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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에서 ‘슈퍼 빅 원’ 현대중공업의 탄생. 산업은행 소유로 사실상 국유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이 재벌기업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 조선업이 재벌 독점 체제를 굳히며 ‘슈퍼 구조조정’ 또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1월 30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선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기존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노동자 1천 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동의했다면, 구조조정 인원은 더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사업 영역이 겹치는 영업, R&D에서 조직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선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기다. 경성대 허민영 교수에 따르면 이미 2015년 이후 조선업 노동자 10만 명 이상이 감원된 상황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8일 상경 집회, 13일 거제시장실 점거 농성을 벌였지만, 매각을 막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진보진영이 머리를 맞댔다. 민주노총과 노동사회단체의 연합체인 민중공동행동이 13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싸울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가한 진보정당·단체들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노동,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저지할 ‘대우조선해양 매각철회 전국대책위원회(가)’를 구성키로 했다.


“지역 투쟁 한계…전국적 투쟁 필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신상기 지회장은 토론회에서 “지역을 넘어 전국적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지회장은 “현재 투쟁은 대우조선만의 투쟁으로 국한돼 있다”며 “이미 대우조선 매각을 발표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와 산업은행, 현대중공업 자본은 자신들의 잘 짜인 각본대로 방송을 유리하게 송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 반격으로 거제만의 투쟁이 아닌 전국적 투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한국진보연대 등 모든 참여자가 동조하며 전국 단위 대책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민주노총, 민중공동행동이 주도해 전국 대책위를 조직하고 4월 초까지 출범하기로 했다. 전국대책위를 통해 앞으로 진행될 결합심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또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 재벌 3세 승계 작업이라는 여론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진보연대 한선범 정책부위원장은 “진보진영은 민중 생존권 보장의 관점에서 종합적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이 요구를 위해선 현재의 틀을 넘어서는 전국적인 틀을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고 했고, 사회변혁노동자당 백종성 조직위원장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중심의 전국적 행동이 필요하다. 지금 투쟁은 지역 대응에 갇혀 있다. 서울과 전국에서 투쟁을 조직해 실사 저지, 주주총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인 없는 기업론’ 불식하고, 재벌 특혜 여론 환기해야”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주인 없는 기업론’에 입각해 진행됐다는 것이 정론이다. 이 논리는 현대중공업 정몽준-정기선 총수 일가에 특혜로 작용했다. 토론 참여자들은 사실상 국유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은 사회 전체이며 노동자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노총 김석 정책국장은 “현대중공업은 이미 인수 본계약에 앞서 실사 태스크포스를 꾸렸으며, 차기 경영승계자로 간주되는 정기선 부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정기선 부사장으로의 3세 승계를 확정하고,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 밑그림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점을 강화하고 지배주주의 이익 편취를 확대하는 현 상황은 총수 일가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에 변혁당 백종성 조직위원장은 “‘주인 없는 기업론’을 불식하고 기간산업을 재벌에 매각한 점을 규탄해야 한다”며 “이는 분명한 재벌 특혜이며, 정부가 나서 정몽준-정기선 체제를 떠받치는 현황을 비판해야 한다. 또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친재벌 행보 여론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화 대응 논리엔 조금씩 엇갈려

토론 참여자들은 당장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막아야 한다는 큰 틀에 동의했지만, 이후 대안을 어떻게 제시할지는 조금씩 엇갈렸다. 크게 대우조선해양의 영구 공기업화, 대형조선소-중형조선소-업체를 하나로 묶은 ‘공공조선그룹’ 설립, 일단 매각을 저지한 후 대안을 모색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신상기 지회장은 산업은행 관리 아래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공공성을 잃었다며 조합원들에게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 ‘공기업화가 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산업은행 관리 아래 무수한 낙하산 인사들이 내려와 대우조선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13조 원이란 공적 자금이 투여된 상황에서 다시 공기업화를 요구하면 (낙하산 인사에 의한 부실경영) 문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현재 노조는 ‘동종산업 매각 반대’만을 외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이김춘택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은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전하며 ‘공공조선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조선업 정책이 대량해고를 동반한 일방적 구조조정론이라면, ‘대우조선-성동조선-STX조선’을 묶어 ‘공공조선그룹’으로 함께 공기업화하는 것이 이에 맞선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만의 공기업화는 정규직 중심의 사고와 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공공조선그룹 구상은 필연적이지 않으나 대형조선소와 중형조선소,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하청노동자 모두를 포괄하는 관점을 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연대 김하영 조직노동자운동팀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영구공기업화를 제시했다. 김 팀장은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은 대우조선을 영구적으로 소유·운영하는 ‘영구 공기업화’밖에 없다”며 “이는 현재의 ‘일시 국유기업’ 상태와 다르다. 지금 대우조선해양은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임시관리 체제다. ‘일시 국유기업’의 경영 목표는 민영화를 위한 경영 정상화이고, 이를 위해 노동자를 해고한다. 노동운동진영은 대우조선을 영구 공기업으로 전환해 정부가 일자리를 보호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중당 정희성 노동자민중당 대표는 “대안을 이야기하면 투쟁이 소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며 “대안 제시보다 매각을 저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우리가 밀리고, 노동자는 희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일단 이 희생을 근절할 수 있는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회변혁노동자당, 민중당, 한국진보연대, 노동자연대, 평등노동자회, 노동전선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