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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용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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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앞으로 향하는 촛불 시민들 [출처: 김용욱 기자] |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과연 세상은 바뀔까요” 김동우 씨(50대·남성)는 집회에 혼자 참여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무대 발언을 들으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동우 씨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하루빨리 인용해야 하는 건 맞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비롯한 부역자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될까요”고 반문했다. “수사 주체인 검찰과 경찰, 언론까지 개혁을 요구하고 있잖아요. 또 제도권은 이를 등지고 대선에만 집중하고 있어요”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제야의 종 타종 행사로 이날 집회에 가족 단위가 많이 참가했다. 대전에서 온 집회 참가자는 두 아들과 함께 왔다. 그는 이번 촛불 집회에 처음 참가했다고 했다. 그는 “나라가 너무 어수선하다”며 “헌재가 빨리 탄핵을 결정해야 정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가 발 빠르게 대응하는 대선을 두고는 “누구를 지지할지 고민해보진 않았지만,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파주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생각은 달랐다. 윤민례 씨는 “광장은 처음부터 즉각 퇴진을 외쳤다. 하지만 법적 절차대로 시간은 늦어지고 보수층은 결집하고 있다. 황교안 체제로 넘어가면서 보수 단체 집회도 많아졌다. 사태에 대한 야당의 책임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야당을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을 강하게 주장했다. “2001년부터 내가 일하던 사업장에서 3번의 정리해고가 일어났다. 올해 9월 30일엔 노조 조합원 9명을 해고했다. 노동자를 대변했던 정부는 없었다. 재벌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체제를 지켜왔고, 그 피해 또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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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은 헌법재판소 입구(계동사거리)까지 행진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출처: 김용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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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꺼진 헌법재판소 전경 [출처: 김용욱 기자] |
광장에서 “재벌 총수 구속” 구호는 빠지지 않았다. 국민은 “재벌이 게이트의 본질”이라며 ‘재벌 게이트’라 부르기도 했다. 지난 6일 재벌 총수 청문회가 열렸다. 중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2007년부터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 문제를 알려온 반올림도 광화문 거리에 나섰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광장은 적폐 청산을 주요 구호로 삼았다. 근 10년 동안 삼성 직업병은 외면받았다. 국가기관은 삼성 봐주기 역사를 만들었다. 삼성은 국민연금까지 손을 대 (이재용 부회장) 세습을 만들었다”며 재벌 문제를 꼬집었다. 이 노무사는 “시민들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국민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 퇴진만 원하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최찬웅 씨는 “헌재에 공이 넘어간 건 현실이자 절차이다. 이 절차와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대선 물밑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긴 하다. 하지만 촛불 시민들은 헌재에 탄핵 결정이 넘어갔어도 광장에 계속 나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우리는 광장을 토론의 장으로 만들고, 제도권과 정치권은 이를 반영해 문제를 해소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사법부의 절차도 기득권의 프레임이라고 비판한 시민도 있었다. 김정호 씨(40대·남성)는 “의회에서 탄핵했지만 여전히 기득 세력들은 자신의 돌파구를 만들고 있다. 모든 것이 정해진 흐름”이라며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왔는데, 야3당에게 대리하는 역할만 주고 있다. 지금 중요한 건 박근혜 이후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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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