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지난 29일 올해 공공비축미 및 시장격리고 65.9만 톤(197.2억 원)에 대한 우선지급금을 환수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우선지급금 환수는 유례없던 일이다.
우선지급금은 정부가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농가에서 공공비축미, 시장격리곡을 매입하는 제도다.
농식품부는 산지 쌀값 예측을 토대로 우선지급금을 올해 8월 산지 쌀값 93% 수준(1등급, 포대벼 4만5천 원/40kg)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뒤늦게 수확기 쌀값이 15%가량 낮아졌다며 과다 지급된 금액을 환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쌀값이 하락한 이유가 2015년산 구곡(오래된 쌀) 재고 부담, 기상 악화에 따른 미질 저하라고 밝혔다. 그간 농민들은 WTO에 따른 정부의 대량 쌀수입, 쌀값 대책 실패로 쌀값이 하락했다고 주장해 왔다.
우선지급금 환수 사태 원인에는 정부의 쌀값 예측 실패가 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30일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보통 8월 산지 쌀값이 12월 쌀값에 연동된다는 점과 예년도 우선지급금 비율을 고려해 우선지급금을 설정했지만, 10월~12월 하락 폭이 평년대비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0월~12월 평균 산지 쌀값은 129,807원(80kg)으로 폭락했다. "농식품부가 쌀값 하락을 예측하지 못한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의 쌀값 예측 실패는 고스란히 농가의 피해로 이어졌다. 전농에 따르면 이미 농가 소득은 쌀값 폭락으로 20% 감소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선지급금이 '과다지급'됐다며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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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 정운] |
전농은 지난 30일 “정부의 벼값 환수는 농민에 대한 파렴치한 수탈행위이다. 농민항쟁으로 저지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며 즉각 반발했다.
전농은 “정부의 쌀 정책으로 공공비축미 수매가도 30년 전 가격인 45,000원(40kg, 벼)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쌀값을 떨어뜨려 놓고도 지원책을 세우기는커녕 환수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쌀값 대폭락은 무분별한 (정부의) 쌀 수입과 무능한 양곡 정책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쌀값이 떨어져도 밥쌀마저 수입하면서 미국 입장에 맞췄고, 심지어 어제(29일)도 밥쌀 수입을 강행해 농민은 어수선한 연말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농은 “정부는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대책을 빼놓지 않았다”며 “(우선지급금에 대한) 환수금을 내지 않는 농가에는 제재를 가하고, 그것도 부족해 시·군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부는 2017년도 공공비축미곡 매입요령에 우선지급금 미환수 농가에 매입참여 제한 규정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7년도 공공비축미 시·도별 물량 배정 우선지급금 환수율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와 2016년 공공비축미 및 시장격리곡 매입 계약을 체결한 농가는 25만 호이다.
전농 이종혁 정책부장은 30일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쌀값이 너무 떨어져서 농민에게 오히려 (돈을) 줘야하는데 오히려 거둬들이고 있다”며 “정부 쌀값 대책은 시장, 농가 안정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우선지급금 환수 이유로 든 구곡 부담도 결국 정부가 재고 처리를 하지 못했단 뜻이다. (우선지급금 환수 방침으로) 농민들은 분노해 환수금을 내지 말자는 말까지 하고 있다”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