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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복지 예산으로 ‘민생 안정’?...알고보니 '민생 쪽박 예산'

기초생활보장 2.1%, 취약계층 지원 1.7% 인상...사실상 동결 또는 후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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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생을 위해 2017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했다고 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국민기초생활 보장, 취약계층 지원 등 민생 예산은 오히려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8월 30일 발표한 예산안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책정한 예산 총액은 130조 원으로 지난해 123조 4000억 원보다 5.3% 증가했다. 2일 발표한 복지부 예산안은 지난해 55조 8436억 원보다 3.3% 증가한 57조 6798억 원이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두고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역대 최대 예산을 편성했다고 자찬하면서, “일자리, 미래 먹거리 창출과 함께 저출산 극복 및 민생안정을 위해서 보건·복지·노동 분야와 교육 분야, 문화 분야 등은 총지출 증가율(3.7%)보다 높은 수준으로 편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증가율은 올해 예산 증가율 6.7%, 2011년 이후 평균 예산 증가율 8.5%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복지부 예산 증가율 또한 올해 증가율 4.4%보다 낮았다.

구체적인 항목으로 보더라도 2017년 예산안은 민생 예산과 거리가 멀었다. 정부는 내년 기초생활보장제도에 2.1% 증가한 10조 3434억 원,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 예산으로 1.7% 증가한 2조 5403억 원 등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 증가율(각각 6.9%, 5.5%)과 비교해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생계급여 예산이 3조 2728억 원에서 3조 619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6% 늘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올해 과소 추계한 생계급여 예산 2170억 5900만 원을 내년 예산에 포함해 계산하면, 실질적으로 늘어난 예산은 3.7%에 불과하다. 이는 생계급여액 인상분 5.2%을 충당하기에도 모자한 수준이다. 이에 더해 내년 생계급여 수급자 수도 기준 중위소득 대비 29%에서 30%까지 오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예산 부족 사태는 확정적이다.

의료급여는 올해 4조 7224억 원에서 내년 4조 7468억 원으로, 0.5%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9년간 동결됐던 정신수가(정신질환자 입원 시 병원에 지급되는 일당 수가)가 211억 원, 식대수가만 43억 원 올랐을 뿐, 실제로는 동결 혹은 삭감이나 다름없다. 2015년 210억 원 등 매년 병원에 지급하지 못하는 의료급여액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급여 또한 필요한 예산조차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취약계층 예산을 보면 장애인연금 예산이 올해 5483억 원에서 5550억 원으로 1.2%밖에 늘지 않았다. 지원 대상은 35만 6000명으로 5000명 늘어나고, 지원 금액은 20만 5000원으로 1000원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의 경우 5009억 원에서 5165억 원으로 156억 원(3.1%)만 늘었다. 활동지원 수가는 9000원으로 동결되고 대상 장애인 수만 6만 1000명에서 6만 3000명으로 2000명 늘었다. 활동지원 시간, 대상자를 충분하게 확보하기는커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밝힌 2016년 활동지원 예산 부족분 264억 원조차도 반영하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2017년 후반기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수가 동결로 내년에도 활동보조인들은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반면 장애계의 요구인 자립생활과 역행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지원금이 올해 4370억 원에서 4551억 원으로 181억 원(4.1%) 늘어났다. 지원하는 시설 수는 470곳에서 485곳으로, 지원 입소자 수는 2만 4766명에서 2만 5136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예산안은 최근 정부의 재정 긴축 방침을 반영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정부 재량지출(정부와 의회 뜻대로 조정할 수 있는 예산 지출)을 17조 원, 10% 줄이는 2017년 예산 편성 방침을 의결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예산이 드는 법률안을 제정할 때 기존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을 구조조정할 것 등을 명시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8월 10일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