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일반 정책 : “장애등급 개편, 복지부는 취지에 맞게 시행하라”
지난 2013년 5월, 정부는 제1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현재의 의학적 기준의 장애등급제를 개인의 욕구 및 사회·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장애판정기준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복지부는 작년 1차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6월부터 2차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엔 새로운 장애판정기준을 시행한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단체는 복지부의 개편안이 기존의 의학적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뿐이며, 중·경증 단순화 개편은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 행정편의주의적 개편에 불과하다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입법조사처는 “복지부는 의학적 기준 중심의 장애등급제를 개인 욕구와 사회·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장애판정기준으로 전환하기로 한 취지에 맞게 현재 실시 중인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하고, 장애인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종합판정체계를 마련”하라고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턱없이 낮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서비스 단가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 단가는 9000원으로 노인 돌봄 서비스 및 가사·간병 서비스의 시간당 급여 98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중개기간 수수료를 제외하면 활동보조인의 몫은 수가의 75%인 6800원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휴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걸 고려하면 한 달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며 “장애인에게 제대로 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양질의 활동보조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단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정신장애인 정책 : 개정된 강제입원 조항, 현실성 떨어진다
강제입원 조항으로 수많은 인권침해를 불러일으킨 정신보건법이 지난 5월 전부 개정됐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명칭도 바뀌었다. 개정안은 문제가 됐던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자 범위 축소,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법이 시행되는 내년 5월부턴 강제입원 조항이라고 불렸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43조) 시엔 국·공립정신병원 전문의를 포함한 의사 2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2주 이내 진단 입원 후 입원 치료가 더 필요할 땐 전문의 2인(국 ·공립정신병원 또는 복지부 지정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전문의 1명 이상 포함)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퇴원 심사 주기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됐다.
그러나 강제입원 요건 강화를 위한 이런 조치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높다. 입원 2주 안에 국·공립정신의료기관 전문의의 2차 진단은 현재 전문의 인력 수급상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입원 계속 여부 결정을 위해 정신질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다른 병원의 전문의가 왕진을 와야 하는데, 이때 드는 추가 비용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기관도 국·공립정신의료기관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한 해 수십만 건에 달하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심사는 사실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입법조사처는 “보호의무자 입원 시 또는 계속입원심사청구 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의 진단 조항은 해당 전문의 수급이 어려운 경우,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달리 정하여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면서 “현실적으로 국·공립정신의료기관 등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채용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입원적합성심사만을 별도로 실시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정신질환자 입원요건 강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인권과 치료받을 권리가 동시에 보호·실현될 수 있는 법·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법원이 강제입원 적절성을 심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신장애인의 탈원화로 지역사회에 있는 정신건강센터 역할이 중요해졌으나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재 기초정신건강센터에 등록 관리된 중증정신질환자는 6만 명으로, 약 571명의 정신보건전문요원이 이들을 담당하고 있다. 직원 1명이 105명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입법조사처는 센터에 미등록된 지역사회 거주자까지 합하면 정신질환자 수는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를 위해선 현재보다 정신보건전문요원 2500여 명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정신보건전문요원 대부분은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있다. 불안정한 노동 환경은 높은 이직률로 이어진다. 타 장애인복지시설은 평균 근속 기간이 60.4개월인 반면, 기초정신건강증진센터의 평균 근속 기간은 34.1개월이다. 따라서 입법조사처는 “투입인력에 대한 신분보장을 통한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강남역 살인사건’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조치도 빠지지 않았다. 법무부 등은 여론의 비판에도 강남역 살인사건을 정신질환자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정신장애인 범죄에 대한 통제와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심신장애인, 약물중독자, 정신성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치료감호가 이뤄지는 치료감호소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러한 흐름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치료감호 시설은 공주 치료감호소와 부곡의 사법병동 뿐으로 이미 과밀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치료감호소에선 정신병원보다 적은 수의 의료 인력이 치료를 담당하고, 전혀 다른 증상과 원인을 가진 대상자들이 함께 수용되어 있어 전문적인 치료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피치료감호자에 대한 최초 분류가 잘못되거나 이후 증상이 달라진 경우에도 정정할 방안이 없다.
따라서 입법조사처는 피치료감호자의 권리 보장 및 제한에 관한 규정을 내규가 아닌 치료감호법 또는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치료감호 시설과 인력을 보충하여 피치료감호자들의 관리·감독과 효율적인 치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각 처분 대상별로 독립적으로 분리 수용하여 각기 다른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피치료감호자에 대한 최초 분류를 정정할 수 있는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 수급 통지하는데 한 달? 신속한 지원 필요
지난해 7월, 일명 ‘송파 세모녀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개정 과정에서 수급 통지기한이 배로 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선 수급권자가 수급 신청을 하면 지자체장은 일정 기간 내에 급여 결정의 요지, 종류 등을 신청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기간이 개정 전엔 신청일로부터 14일(예외적으로 30일)이었는데 30일 이내(예외적으로 60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수급권자의 권리 구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다른 제도에 비해 저소득층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최후 안전망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시급성을 요하므로 통지기한을 단축하여 수급권자에게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한 지적과 개선방안도 제시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은 기초연금을 공적 이전소득으로 보고, 수급비 생계급여에서 그만큼을 차감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은 정작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연금, 양육수당, 국가유공자 생활조정수당 등은 보충성 원리를 적용하지 않아 공적 이전소득으로 보지 않는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보충성 원리를 다수의 공적 이전소득에 명확한 기준 없이 무원칙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기초연금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제도로부터도 지속해서 유사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적용하는 명확한 기준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뒤 차상위계층 선정 기준이 모호해짐에 따라 선정 기준 개선이 필요한 점, 차상위계층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하여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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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