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13곳이 12일 고객 정보를 무단 제공한 홈플러스에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장일혁)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겨 수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 전현직 임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적용해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홈플러스가 응모권의 고지사항을 '1㎜' 크기로 쓰는 편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정도 글자 크기는 현행 복권이나 위약품 사용설명서 등의 약관에서도 통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번 판결이 홈플러스를 비롯한 기업들의 무분별한 개인 정보 장사를 정당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눈에 보이지도 않는 1mm의 고지로 소비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것 역시 충분히 인지할 수 있기에 문제없다고 판단한 점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개인정보에 대한 안일한 인식 속에서 소비자의 피해는 외면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행위만을 보장해준 항소심 재판부의 비상식적인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소비자의 정당한 피해구제 권리마저 앗아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최근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불법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롯데홈쇼핑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권리주장조차 어렵게 됐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324만 명이 피해를 봤지만 현재 사법부의 인식대로라면 그 누구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소비자 기본권리를 보장하고 현재의 심각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법부판결에 대한 문제 제기와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고발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20대 국회가 정부의 방치와 기업의 폭주 속에서 소비자의 기본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법' 강화 등 제도개선 논의에 앞장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