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개 돼지 발언과 교육정책, 교육의 현실

[기고] 한국은 이미 신분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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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 돼지와 같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신문 기자들 앞에서 발언했다는 기사를 읽다가 잠시 망연자실 했다. 설마... 다시 한 번 기사의 앞 뒤 맥락을 되짚어 보았다. 아마도 평소 교육부의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내보내는 신문사의 기자들을 만난 김에 “좀 솔직해 지자. 당신들도 ‘교육을 통하여 사회의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등의 지당한 주장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이야기하여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었나 보다! ‘자기 확신’은 보편성을 자신하는 바탕위에 자리 잡고 있을 터!

주말에 정당, 사회단체, SNS 상의 수많은 비판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한 분노는 어쩌면 어이없는 실언에 대한 당연한 반응일 것이지만 날마다 99% 학생과 만나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목줄을 타고 진한 통증이 올라 왔다. 언감생심 옆에 가서 말도 붙일 수 없는 최상급 기관 높으신 분, 평소 그 분의 말씀 한마디가 우리 교육 현실을 얼마나 크게 좌지우지 해 왔던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이 기회에 신문과 방송은 한국 사회의 교육정책, 교육현실을 찬찬히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가? 교사들이, 학부모들이 작은 목소리로 무엇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외쳐 왔던가?

벌써 7~8년 전일이다. 양천 케이블 티브이에서 고교등급제를 가지고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몇 사람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선배 동문의 성적을 가지고 후배 학생의 입학 자료를 삼는 게 타당성이 있느냐?’가 주제였으나 논의의 핵심은 강남 중산층 출신 학생의 높은 평균 성적을 인정해 주는 문제였다. 마치고 나오는 길에 중앙대 김 교수님께서 차를 한 잔 하고 가자고 하셨다. “선생님, 지금 우리 사회는 성공한 사람이 그의 자녀에게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별도의 트랙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당시, 우리 교육은 ‘SKY대학을 강남 출신 학생이 40% 이상 입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과학고와 외국어고가 입시 명문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자립형 사립고가 생겨나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다. 6~70년대 고도성장의 시기의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호랑이 담배 필 적 이야기가 되어가던 시기였다. 수월성 교육이니, 고교 간 경쟁을 도입하느니, 고교 다양화니 하는 명분을 내걸고 수많은 입시 명문 고등학교, 일반고 등록금의 몇 배를 내야하는 학비 부담 때문에 서민들은 꿈도 꾸기 힘든 ‘그들만의 고등학교’가 속속 만들어졌다. 그렇게 고교 평준화 체제가 와해되고 과학고-외국어고-자립(자율)형 사립고-자율형 공립고-특성화고-일반고로 서열화 된 고교 체제가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하여 맨 밑바닥을 받치고 있는 일반고는 민중의 자식이 모여 졸업장을 따는 게 목적인 ‘교실 붕괴, 교육 붕괴’ 현장이 되어 있다.

길게 서열화 된 한국 고교 교육체제를 이야기 했다. 바로 지금 이 모습이 ‘그 분들’이 그동안 생각하고 추진해 온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코 똑 같을 수 없다.’ ‘낮은 곳에 있는 자는 자기 처지를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저 높은 곳을 향하면서 불공정하다 불평하지 말고 하층민으로(99%로) 살아가기에 충분한 공교육에 만족을 해라. 그래야 사회가 안정이 되고 정책이 현실성을 갖게 된다.’ 딱 이런 논리가 그 동안 전개되어 온 교육정책이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교육현실인 것이다.

지금 한국 교육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극심한 입시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입시경쟁교육체제는 한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주요한 기둥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기꺼이 입시경쟁에 뛰어들어 한 눈 팔지 않고 좀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현재를 버린다. 그뿐인가? 대학입시의 실패는 물론이거니와 실업자가 되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건 모든 실패의 책임은 개인의 실패로 환원되고 만다. 빈곤의 심화, 노동 시장의 실패, 사회 안전망의 후퇴 등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사회적 과제들이 모두 묻히고 마는 것이다.

신분제가, 사회적 지위가 개인의 노력에 따른 성취의 결과가 아니라 대물림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우리 사회는 이미 충분히 신분제 사회이다. 99%가 십 수 년 간 비싼 과외비를 들여 특목고에 자녀를 입학시킬 가망성도 없고, SKY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가 되어 있다! SKY대학에 들어간 극소수 99% 출신은 대학 때부터 물 위의 기름처럼 떠도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우리의 공교육은 바로 이러한 비인간적이고도, 반사회적인 이념의 기반 위에 서 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이번 발언은 결코 일회적인 것도, 우연한 것도 아니다. 1%에 속한 사람의 이념이고, 그것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부 기관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교육부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가지고, 결코 국민에게 봉사하지 않는다. 그들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권력 기관이다.

“민중은 개, 돼지와 같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정책기획관의 발언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 그러한 사고의 연장선에서 구현되고 있는 ‘신분 재생산 공교육’을 직시하는 일에서 논의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