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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기 조작’한 장애인콜택시 운전자, 결국 ‘해고’

노조 “관리자 책임 없이 운전사에게 모든 책임 떠넘겨” 반발
징계위원회 열려… 해고 4명, 정직 9명, 감봉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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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콜택시 ‘미터기 조작’으로 징계위원회에 오른 광주시 장애인콜택시 운전자 4명에게 해고 처분이 내려졌다.

광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아래 센터) 소속 운전사 25명은 ‘미터기 조작’을 통해 차량 손님을 실제 태우지 않고 있음에도 ‘운행 중’으로 바꿔 승차 요청을 피해왔다. 전체 운전사 100명 중 1/4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 이렇게 미터기 조작이 만연해지면서 전체 배차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광주시는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차량 84대와 임차택시 11대로 총 95대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가 이를 인지한 건 올해 2월이다. 센터 측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배차처리 현황에 대해 파악하던 중 평균치보다 낮은 콜 처리 수준을 보인 이들을 발견하게 됐다. 그러던 중 ‘미터기 조작’에 대해 알게 됐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은 운행 건수와 상관없이 ‘동일임금’을 받는 운전사들의 ‘나태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광주시 장애인콜택시 운전자들은 동일임금 적용을 받아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기본급 144만 3000원을 받는다. 하루 한 시간 연장 근로를 하게 될 경우, 한 달에 180~190만 원가량 받는다고 노조는 밝혔다. 이 외에 근속수당으로 1년 연차가 쌓일 때마다 3만 원씩 더 받는다.

그러나 노조 측은 “미터기 조작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점심시간을 제외한 휴식시간 없이 하루 8~9시간을 운전해야만 하는 열악한 현실에 대해 토로하며 억울함을 표했다. 현재 광주 장애인콜택시 운전사들은 출근 4~5시간 뒤에 있는 점심시간 이외에 공식적인 휴식 시간은 없다.

박기웅 광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제1노동조합 위원장은 “고객 한 명 내려드린 뒤 ‘6분’이라는 ‘딜레이 타임’이 있다.”면서 “이건 휠체어 내려드리고, 휠체어 이동도 돕고, 장부 적는 등의 시간이라 휴식시간이라 볼 수 없다. 다음 콜을 받기 위한 시간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사건은 이 ‘6분’이 끝난 뒤 더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일부 직원들이 미터기를 조작해 ‘6분’ 더 ‘딜레이’ 시키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센터는 7일, 미터기를 조작한 운전사 16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그 결과 △해고 4명 △정직 3개월 4명 △정직 2개월 2명 △정직 1개월 3명 △감봉 3개월 3명의 징계가 결정됐다.

이 외에 운전사 2명은 계약 해지됐다. 센터 소속 운전사들은 1년 계약직으로 두 번 계약한 뒤 3년 차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계약 해지된 2명은 올해 2년 차로 무기계약직 전환이 예정되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센터가 더는 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자동 계약 해지됐다. 나머지 7명은 총 운행 건수 중 위반 건수가 10% 이하여서 징계위원회에서 제외됐다.

징계 수위에 대해 노조는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그 행위는 나쁘지만 이번 징계수위는 너무 높다”면서 “실질적인 관리부실에 대해선 관리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모든 책임을 운전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번 징계와 관련해 노조는 앞으로 관리자 퇴진 운동을 벌이고, 해고자에 대해선 노동청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운전사의 ‘나태함’ 지적은 미봉책일 뿐 </b>

운전사들은 왜 이렇게 휴식시간도 없이 차량을 돌려야 했을까. 여기엔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특별교통수단을 1,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로 배차해야 한다. 이 계산을 적용하면, 광주시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는 76대다. 현재 84대를 운영하고 있으니 ‘법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장애인계는 오래전부터 ‘법정대수 기준’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수요를 쫓아가려면 100% 도입이 아닌 200% 도입, 즉 1, 2급 장애인 100명당 1대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시의 경우에도 장애인콜택시 이용 대상엔 1, 2급 장애인뿐만 아니라 3급 지적·자폐성 장애인, 65세 이상 휠체어 이용 노약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차량 절대 부족분을 해결하지 않은 채, 운전사의 ‘나태함’만을 문제 삼는 것은 미봉책이 될 뿐이다. 이에 대해 센터 측도 일정 부분 인정하며, 올해 9월 내로 휠체어 리프트 차량 13대, 임차택시 19대를 증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관제시스템 업체에 미터기 조작 금지 방안을 개발 의뢰해놓았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관리자 책임 소지에 대해선 “뭐라고 말씀드리긴 곤란하다”면서 “인지 못 한 부분은 있었다. 회피하려는 건 아니다.”고 응답했다.

광주 장애계도 이번 사건은 운전사들의 개인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시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도연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관리·감독 책임은 광주시에 있는데 이에 대해선 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센터 이사장이 사과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과 센터 관리자들의 책임을 물은 뒤에야 맨 마지막으로 운전사들에 대한 잘못을 물어야 하지 않나.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체장애인협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열심히 일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일하지 않는 분위기를 일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종사자에 대한 호봉제와 인센티브제 도입을 주장했다. 또한, 현재는 휴일과 야간에 운행 대수가 대폭 축소되어 장애인 이동권이 훼손되어 있다면서, 종사자의 법정 휴일 수와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선에서 변형근로제를 도입하여 24시간 연중무휴를 운행할 것을 요구했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