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이택광 교수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다

[기자칼럼] 시간 강사 해고한 경희대와 구성원의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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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열린 지젝의 강연장 앞에서 해고된 채효정 강사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경희대는 작년 말 45명의 시간 강사를 해고(재계약 거부)했다. <참세상>이 지난 5일 보도한 “지젝은 경희대에서 광대가 되었다” 기사가 주목한 것은 지젝뿐 아니라 시간 강사를 해고한 경희대다. 그리고 이에 침묵하는 대학 구성원이다. 대학 구성원인 이택광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7일 자신의 블로그에 “진정 이분들이 그토록 지젝 교수를 만나서 이 사실을 알리고 공감을 얻고 싶었다면(솔직히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 연락을 취하든지, 아니면 강의실로 찾아갈 수도 있었다고 본다”고 썼다. 지젝 강연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강연장에 들어가는 지젝에 해고 사태를 알린 데 대한 이택광 교수는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교수의 “솔직히 왜 그래야하는지 모르겠지만”이라는 인식은 경희대 구성원의 시간 강사 부당 해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간 강사는 <고등교육법> 상 교원도 아니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보호도 못 받는다. 시간 강사는 신분 질서에 갇힌 대학의 ‘말단 노동자’다. 계급 투쟁을 논하는 슬라보예 지젝이 경희대에 왔다. 해고된 강사와 학생들은 지젝에게 대학의 비정규 노동자와 해고 문제를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경희대는 시위 현장을 옮기라 했고, 학생이 지젝에 준 유인물을 빼앗았다.

그 현장에 있던 기자는 강연장에 들어가는 지젝 오른쪽으로 붙어 “I’m reporter of korea(나는 한국의 기자다)”라고 두 차례 말했다. 지젝은 “Reporter of korea?(한국의 기자?)”라고 물어보며 기자에 집중했다. 기자는 “Do you know Kyunghee University’s unfair labor practice? Do you know?(당신은 경희대의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해 알고 있는가?)”고 물었다. 지젝은 고개를 끄덕이며 “Yeah, yeah, yeah(그렇다)”라고 답했다. 기자는 “How do you think about this?(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지젝은 “Sorry, I don't know, I’m really sorry(미안하다. 잘 모르겠다. 정말 미안하다)”라며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기자가 확인한 지젝의 발언은 여기까지다.

기자와 대화하기 전, 해고 문제에 연대하는 경희대학교 소모임 ‘경희현재리포트’ 학생은 “지젝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What Zizek must know)”이라는 한글 유인물을 강연장에 들어오는 참여자에게 나눠줬다. 지젝이 오자 “Hi Zizek!”이라며 크게 말했고, 지젝은 “Yes, Yes”라고 답하며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경희현재리포트 학생은 유인물을 지젝에게 주며 “Thank you”라고 했다. 지젝 또한 “Thank you”라고 응했다. 하지만 지젝 왼쪽에서 경호(?) 안내하던 관계자는 그 유인물을 빼앗았다. 앞서 경희대 관계자는 중간 계단에 있는 피켓 시위자에게 계단 맨 밑으로 가 달라며 “예의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이어 이어폰을 낀 관계자가 피켓 시위자 옆에서 한 시간 동안 대기하고 있었다. 경희대는 이 피켓 시위를 불편하게 여겼다.

누군가는 지젝에 이 사태를 물어봤어야 했다. 경희대 교수를 한 지젝도 이를 알아야 했다. 지젝의 방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이택광 교수는 “지젝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소식부터 물었다. 한상균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되었다고 하니 비극이라고 안타까워했다”고 밝혔다. 반면 자신이 몸담은 대학 강사 해고 사태엔 “생떼를 쓰는 분”, “명망가 찾아다니면서 자기 처지를 읍소”한다고 했다.

경희대 시간 강사 해고 문제와 쌍용자동차 해고 문제는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모두 노동자 해고 문제고 계급 문제다. 해고된 쌍용차 노동자와 시간 강사 모두 생계가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여론 관심의 차이다. 쌍용차 문제는 해고 노동자들이 오랜 시간 지난한 투쟁으로 여론이 집중된 반면, 경희대 시간 강사 해고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전 국민 관심사인 쌍용차 문제로 지젝의 노동자 지지 성명을 전달한 바 있다. 반면 대중이 잘 모르는 모교의 해고 사태는 알릴 필요가 없다는 식의 인식을 보여줬다. 아니 오히려 생떼 쓰는 일로 해고 문제를 바라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해고된 한 강사는 6월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사건은 진행 중이다. 경희대는 시간 강사라는 사회적 약자가 문제 제기하는 과정을 오히려 탄압했다. 경희대는 3월 10일 합의 조건으로 △학생들 만나지 말 것 △언론과 접촉하지 말 것 △SNS로 외부에 알리지 말 것 △지금까지 한 것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할 것 등을 들었다. 경희대와 대학 구성원은 반년 동안 이 해고 사태를 이렇게 취급했다.

경희대는 언론에 비치는 ‘자기 집’ 외관만 멋지게 포장했다. 슬라보예 지젝, 유발 하라리, 메리 터커 같은 세계 석학을 불러 인문학을 중시하는 경희대 이미지를 만들었다. 반면 집의 구성원은 내쫓았다. 심지어 탄압했다. 해고된 한 강사는 “인쇄 복사 비용도 시간 강사가 부담한다. 언제부턴가 커피 믹스도 사라졌다. 모두 재정상의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작년 가을 경희대 청운관 앞에는 7억 원짜리 잔디가 깔렸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언론은 피켓 시위 현장을 지나쳐 지젝의 강연만 보도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소위 민중 언론 참세상”은 ‘민중 언론’이기에 아무도 취재하지 않는 경희대의 피켓 시위와 해고 사태를 보도했다. 문제는 지젝이 아니라, 시간 강사를 부당하게 해고한 경희대학교와 구성원의 무관심이다.
  • 행자



    평소 지젝은 자신이 자본가들에게 위협적인 사람이라고 말했죠. 어느 새 그는 대학 권력의 발바닥이나 빠는 '푸들'이 되었네요. 한국에서 이ㅌㄱ 교수 같은 여러 새끼 '푸들'을 거느리면서.

  • 보스코프스키

    이택광 교수님(^^)은 한 때 장정일 소설가와의 논쟁에서 지젝을 물구나무 세웠다고 하셨는데 물구나무를 누가 세우고 섰는지를 판정해야 할 시간이군요... 애정남에게 판정해 달라고 해야 할까요?

  • 비투더팝

    지젝이 왜 이 문제를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한글 유인물을 준 건 지도 모르겠고 정식 인터뷰도 안 잡고 강연 직전 학자에게 급히 말 거는 이유도 모르겠고 ㅋ 이 글의 요점도 모르겠고... 연대해달라는 얘기에 누구를 비판해야 합니까? 하하하 진짜 목적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