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2014년 10월부터 아버지의 임대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이 씨는 공황장애로 인해 근로 능력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 달을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반면, 이 씨 아버지는 중증장애인으로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으로 매월 78만 원가량 받고 있었다. 이 씨는 전입신고를 하면, 정부에서는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받는 자신때문에 아버지 수급비가 깎이거나 박탈될 것을 염려해 전입신고는 하지 않은 채 함께 살고 있었다.
이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주가 지난 뒤인 작년 3월 말에야 전입신고를 했다. 그러나 SH공사는 ‘아버지와 같이 살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임대아파트 계약 기간이 만료된 지난해 9월, 이 씨에게 퇴거하라고 했다. 이 씨가 이에 불응하자, SH공사는 결국 올해 4월 법원을 통해 강제퇴거 집행을 요청했다. 퇴거의 압박 속에 이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빈사연은 “가구 단위로 수급권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 내에 근로능력 있는 가구원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수급에 탈락하거나 수급비가 깎일 수 있다”면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으나 26세 청년인 그가 근로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살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씨와 같이 정신장애나 지적장애의 경우 신체에 장애가 없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일정치 않아 그 판단 기준이 모호하여 근로능력 없음 판정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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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연은 “이 경우 일정 기간의 병원 이용기록이나 약을 복용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최저한의 삶도 유지할 수 없는 비수급빈곤층은 안정적으로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다.”면서 “2014년 비수급빈곤층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수급빈곤층 3명 중 1명은 돈이 없어서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빈사연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가구의 소득/재산 기준과 함께 부양의무자 기준, 가구 내 근로 가능 인구까지 보고 있다며, 이는 너무나도 엄격한 심사기준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빈곤의 책임을 이처럼 근로능력이 있는 가구원 혹은 소득이 있는 부양의무자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권을 박탈하는 조건부 수급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3일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다. 더민주당은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이후 2년이 지난 지금도 박근혜 정부의 복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여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면서 “스물여섯 청년의 죽음과 송파 세 모녀 죽음의 뒤에는 공통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제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양의무자 규정 때문에 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동일한 생활 수준에 있으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100만 명을 상회한다.”면서 이에 대한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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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