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재에서는 대중의 생존해법으로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를 주장하는 <사내유보금환수운동본부>의 주장을 차례로 소개한다. 재벌사내유보금 환수운동에 대한 개략적 설명에서부터, 재벌사내유보금의 구체적 축적 양상,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 이후 사내유보금환수운동의 발전 전망까지를 포괄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연재 순서>
(1) 사내유보금 곳간을 열어라
(2) 전경련 보고서 - 동아일보 보도 반박
(3) 삼성-현대차그룹 이윤축적과 노동착취
(4) 구조조정과 사내유보금
(5) 환수운동의 전망
민심은 천심이다
옛말에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30대 재벌이 700조가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이게 맞는 일입니까?” 한국 사회에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 있게 외치는 말이다. 작년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가 제기했고 지금은 사회변혁노동자당을 비롯한 재벌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가 주도하는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은 노동자서민들의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의문과 분노에 불을 질렀다. 소속과 단체를 가리지 않고 거리에서, 일터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주제였으며 민주노총이 작년 민중총궐기와 총파업에서 사내유보금 환수를 핵심 요구로 내거는 등 각급 단체와 노조에서 자신의 요구로 받아 안고 싸움을 시작했다. 심지어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더민주 김종인을 비롯한 시원찮은 정치인들마저도 사내유보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결코 재벌과 제대로 싸워서 세상을 바꿀 생각은 없지만, 다만 민심이 무엇에 가장 분노하고 있고 어떤 변화를 바라고 있는지를 알아채는 감각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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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이 땅의 재벌은 노동자민중의 빈곤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분기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710조 3천억 원이었다. 이것이 약 1년 뒤인 2015년 말에는 753조 6천억 원으로 무려 43조 3천억 원 (6.1%) 증가했다. 무려 43조 원이다. 그렇게 살아가기 바쁘고 숨찼던 지난 1년 동안 우리와는 달리 이 땅의 재벌은 43조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를 그들의 곳간에 더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기울어져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돈은 도대체 매년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1969년 삼성전자는 자본금 3억 3천만 원으로 시작했다. 그것이 지금은 자산규모 242조, 사내유보금 144조로 불어났다. 흔히 말하듯이 돈이 돈을 번 것도 아니요, 삼성이 말하듯이 이건희가 경영을 잘해서 번 것도 아니었다. 오직 노동자민중 착취로부터 온 것이다. 재벌은 일제 식민지 때부터 일제에 부역하고 해방 이후에는 부패한 정치인과 미국에 빌붙어서 성장하고 이후에는 군사독재정권과 한 몸이 되어 노동자민중을 착취탄압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그리고 재벌이 한국사회 권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재벌 사내유보금이 자연스레 뒤따라오게 되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노동자민중의 고통스러운 희생 속에서 한국 자본들 중 일부는 문자 그대로 시체를 쌓아올리며 초국적 자본으로 몸집을 불려나가는데 성공할 수 있었고 사내유보금 역시 급증하게 되었다.
비정규직 양산, 일자리 축소, 저임금으로 쌓아올린 사내유보금
반면에 노동자민중의 빈곤은 더욱 더 심각해졌다. 기업은 불법적 수단까지 동원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으며, 기존 정규직 일자리마저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약 87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달한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5년 8월).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벌의 민원해결사로 나섰다. 제조업 불법파견 시비를 원천에서 해결하기 위해 도장 금형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비정규직 고용을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비정규직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적 투자가 없으니 안정적 일자리가 없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공식 청년실업률은 2016년 2~3월 모두 10%를 넘어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재벌은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있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취업유발계수다. (10억 원어치 재화나 서비스가 만들어질 때 창출되는 직간접적 일자리의 수) 2000년 21.9명이 10억 원 어치의 재화를 생산했다면, 2013년에는 13.1명이 10억 원 어치의 재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은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있으며, 이미 고용된 노동자를 쥐어짜내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1900만 전체노동자의 절반에 이르는 930만 명의 노동자들이 월수입 200만원 미만으로 살고 있다. 국제 기준으로 보아도 이는 확연하다.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미국을 제외한 34개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다. 전체 일자리 중 질 낮은 저임금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드러내듯 최저임금 인상의 대폭적 인상이 절실하다. 고작 6,030원의 최저임금으로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일해도 월급은 126만 원, 연봉은 1,5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돈으로 어떻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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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 대차대조표 – 가계부채
한편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관련 통계는 자본의 약탈과 사내유보금 축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점이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가계소득분배율은 6.2% 하락했다. 반면 기업소득분배율은 같은 기간 5.7% 상승했다. OECD 국가들 중에 한국의 가계소득분배율이 가장 극심하게 떨어졌다. 국민총소득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동안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의 비중이 72%에서 62.3%로 하락(9.7% 하락, OECD 평균은 4.2% 하락)한 반면 기업소득의 비중은 16.6%에서 23.3%로 높아졌다(6.7% 상승, OECD 평균은 1.6% 상승).
임금이 적고 고용이 불안하니 빚을 내고, 그 빚과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빚을 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빚에 깔려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다’ 사상 처음으로 가계부채가 1,200조 원을 돌파해 1,207조 원으로 늘어났다. 부채 내용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일터에서 밀려나 ‘치킨집’, ‘편의점’으로 몰린 자영업자들이 자기 집을 담보로 빌린 생계형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2금융권을 포함한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520조 원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 말 기준 164.2%에 이른다. 1년 소득을 다 쏟아 부어도 빚을 갚지 못하는 셈이다. 골목골목마다 삶이 한계로 치닫고 있다.
그에 반해 전체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1,22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에프엔가이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849개사 전수조사 결과) 작년 한해 가계부채가 120조 원가량 쌓인 사이 기업들은 104조원의 이익을 더했다. 유보율은 2014년 1036%에서 지난해 1100%로 64%포인트 증가했다. 재벌은 자본금의 11배만큼을 잉여금으로 쌓는 동안 노동자민중은 빚만 늘어났다. ‘가계부채 1,000조 원 사내유보금 1,000조 원’이라고 이야기하던 것이 불과 한 두해 전인데 그 차이는 금새 1,200조 원 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그들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 온 사내유보금 1,200조 원은 어디서 난 것인가? 노동자서민의 몫을 빼앗아 간 것이다. 기업 사내유보금 1,200조 원은 고스란히 가계부채 1,200조 원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2016년 한국자본주의의 대차대조표이다. 더 이상 이 시소가 기울어지게 놔둬서는 안 된다.
정권도 자본도 우리의 생존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를 통해 가장 절박한 민생 공공 생존권적 요구를 쟁취하자. 이는 결코 ‘현실적인 방안이 없는 선언적 구호’가 아니다. 753조 재벌 사내유보금 외에는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비롯한 절박한 생존권적 문제들을 해결할 재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빼앗긴 피땀, 이제는 되찾아오자.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를 통해 5대 민생 공공 과제 해결: 174조 3700억원
- 최저임금 1만원 실현: 134조 8100억원
- 300인 이상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182만명 정규직화: 21조 8400억원
- 56만 청년실업 해소: 6조 7200억 원
-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기반확충: 9조 5000억원
- 장애인 의무고용제 현실화: 1조 5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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