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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음독자살 시도, 불법파견 해결 않고 손배 폭탄만

“너무 힘들다. 현대에 꼭 이겨 달라” 유서 남겨...생명에는 지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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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새벽,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너무 힘들다. 현대한테 꼭 이겨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현재 병원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성 모(39) 조합원은 6일 새벽 3시 40분 경, 엔진변속기사업부 단체방에 유서를 남긴 뒤 30알의 약을 복용해 자살을 시도했다. 성 조합원은 지난 2005년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로 입사해 엔진변속기사업부에 소속 돼 일해 왔다.

그는 유서를 통해 “조합원 모두 미안합니다. 저 너무 힘들어 죽을 랍니다”라며 “제가 죽으면 꼭 정규직 들어가서 편히 사세요. 현대한테 꼭 이기세요”라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더럽고 치사한 나라에 살기 싫다”며 “부모님, 우리 가족들 미안하다”고 남겼다.

유서를 본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새벽 4시경 성 씨의 집으로 찾아가 음독을 시도한 성 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응급실로 이송된 성 조합원은 응급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월, 서울지방법원은 현대차 전 공정에서 불법파견이 이뤄졌고,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이 정규직이라고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회사는 즉각 항소에 나섰으며, 정규직 전환이 아닌 특별채용을 실시해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자살을 시도한 성 모 조합원은 회사가 제기한 70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에도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성 조합원 역시 회사에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청구한 70억 손배 대상자에 포함돼 있었다”며 “불법파견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로 압박하는 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재도 계속해서 손배 판결이 나오는 상황이다. 법 이행은 안하고 계속 손배로 압박을 하고 있어, 이런 사건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사람을 살리려면 현대차가 빨리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긴급 쟁대위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노조는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근무조 2시간 파업에 돌입하고, 전 조합원 집결 상황 설명 및 본관 항의집회를 개최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