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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쌍용차 송전탑 농성자에게 3천5백만원 청구

‘관리비용’ 명목 손배 청구...“171일 농성하고 내려왔는데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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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경기지역본부가 171일간 송전탑 고공농성을 한 쌍용차 해고자 3명에게 20일자로 공문을 보내 ‘관리비용’ 청구 명목으로 3천5백만 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국전력은 “당사 소유의 송전철탑 무단점거 농성으로 인해 농성자 안전관리 및 상시 감시에 따른 관리비용이 발생해 청구하니 기한 내 납부 바란다”며 민법 750조를 들어 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배 청구금액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천4백9십1만8천 원으로, 6월 20일까지 한국전력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통보했다. 청구 사유는 “철탑 점거 농성 기간 중 위탁정비회사에서 농성자 안전관리 및 비상감시를 위해 24시간 상주해 추가 비용 발생”이다.


쌍용차 한상균 전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장은 쌍용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5만4천 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지난 5월 9일 건강 악화로 171일 만에 농성을 중단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송전탑 농성을 시작하며 분명히 업무방해 목적이 아니라고 한전 등에 고지했다”며 “우리가 전기를 차단한 것도 아니고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막은 것도 아닌데,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한전에서 나와 감시하더니 손배를 청구했다. 착잡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어 “추운 겨울 송전탑에서 덜덜 떨며 농성하다 내려왔고, ‘그래도 견딜만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한전이 계산기 두드려 경제적으로 들이미니까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기주 정비지회장도 “훼손된 것도 없는데다가 한전 직원이 송전탑으로 올라와 점검할 때 모두 협조했다”며 “송전탑에 나와 상주한 사람이 한전 본사 직원인지 하청 직원인지 알 수도 없고,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위․십이지장 궤양, 허리디스크, 신경성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 입원 치료중인 복기성 지회장도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사실 한전이 직원 인건비를 우리에게 청구한 건데, 우리가 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경찰과 협조해 알아서 오고 나서 손배를 청구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전 직원들은 우리에게 ‘위험하니까 건강 챙기면서 농성하라’고 말했다”며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쌍용차 노동자가 경찰, 회사 등으로부터 430억 원 손배가압류 당했는데, 한전까지 나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 같아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는 “한전 경영비용 중 3천5백만 원은 아주 미미한 비용인데,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는 내기 위해 농성을 했다고 해서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신사적이지 못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가혹한 조치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쌍용차 정리해고의 부당성, 해외 자본의 먹튀 의혹 등 국정조사 요구가 불거질 정도로 사회적 문제인 쌍용차 사태”라고 강조하며 “한전이 실제 비용이 필요했던 목적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