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스승의 날 다가왔지만 ‘상처’ 입은 교사와 학생

‘교육위기 시대’...“부모가 보낸 화분도 기분 좋게 받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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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사들은 기대와 설렘보다 학교현실에 대한 ‘절망감’이 더 크다고 말한다. 교사들의 자살률과 조기퇴직률 급증, 13~19세 청소년이 성적과 진학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하거나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많은 보도는 한국 사회의 비참한 단면을 보여준다.

전교조를 비롯해 교육단체, 전문가들은 현 시기를 ‘교육위기의 시대’로 규정한다. 이들은 “현재 한국의 교육 현실은 학교폭력 뿐만 아니라 교육제도의 폭력, 사회적 폭력 등 각 종 ‘폭력’이 일반화”되면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주체가 고통을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일선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도 ‘씁쓸’하거나 학생과 교사들이 ‘상처’받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박종철 경기도 부천소사고 교사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내일이 스승의 날이지만 행복한 마음보다 씁쓸함이 더 크다”며 “여전히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에게 스승의 날이라고 노래 불러주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주지만 서로간의 존경의 마음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고 심경을 전했다.

박종철 교사의 동료 교사도 고민이다. 스승의 날이라고 한 학생의 부모가 화분을 보냈지만 기분 좋게 받을 수가 없다. 학교에 나오지 않아 지도가 필요한 학생이라 교사로서 고민하게 되는 한편, 학생과 대화로 해결하기보다 벌점제도 등을 통한 교육 방식으로 교사와 학생간의 간극이 넓어진다.

[출처: 교육희망]

그는 “아이들 지도가 원래 어려움이 많은 일이기도 하지만 교사와 학생간의 갈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교육적 해결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며 “기껏해야 학생에게 벌점을 준다. 교사나 학생 입장에서는 찝찝한 일로 서로 상처받지 않으려고 넘어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기 행동에 반성을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종철 교사는 “교사 입장에서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을 만나고 소통하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며 “하지만 그렇게 단편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공간 자체가 서로의 약속과 책임, 소통이 파괴되는 공간으로 변하고, 교육적 해결을 위한 장치와 구조가 없기 때문에 모두 상처받으며 살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교사, 조기퇴직·명예퇴직, 자살률 매년 증가
청소년 자살 충동 이유 40% ‘학업 성적’...‘특권경쟁교육’ 폐해


실제 교사들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비정규직 800만 시대가 오면서 교직은 직업 안정성으로 인기 직업이 되어 가고 있지만 정작 많은 교사들은 스스로 교직을 포기하고 있다. 보람을 찾을 수 없는 교육활동과 학생들과의 비인간적인 관계는 교사들이 교직생활 또는 삶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2012년 1월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자료에 의하면 초·중·고 교사들의 조기퇴직률을 매년 증가해왔다. 2006년 2,076명이었던 조기퇴직자는 2011년 4,486명으로 절반 이상 증가했다. 명예퇴직자도 2009년 2,922명에서 2012년 4,743명으로 절반 정도 늘었다. 한국교총에 의하면 명예퇴직자 중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 때문에 조기 퇴직을 결정했다는 답변이 94.9%에 이른다.

교사들의 자살율도 급증하고 있다. 2011년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건네받은 ‘재직 중 교원 사망 현황 자료’ 분석 결과 2008년에서 2011년 최근 4년간 자살한 초중고 교사는 모두 73명으로, 이전 4년 평균보다 1.7배 늘어났다. 2009년부터 10만 명당 자살 비율이 4명 이상 급증했는데, 2009년 16명(10만 명당 4.3명), 2010년 17명(4.5명), 2011년 31명(7.5명)으로 높다.

또한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달 15~26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평균 근무시간은 연간 2354시간으로 법정 연간 근무시간인 1680시간보다 674시간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근무시간 1673시간보다도 높다. 2005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학생 1000명당 초․중․고 교사는 한국이 55.9명인데 반해 OECD국가 평균은 107.4명으로 두 배 가량 많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교사들은 주당 60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다. 보충수업이나 방과후활동, 야간자율학습 감독 등까지 합치면 평균 노동시간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단순히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문제가 아니라 많은 교사들이 행정업무나 전시성 행사 때문에 교육활동을 방기해야 하는 현실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교육위기’로 고통을 호소하기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2011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각 영역의 OECD 자료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물질적 행복지수, 교육 수준 등이 매우 높았지만 주관적 행복 지수는 65.98%로 비교대상 17개 국가 중 꼴찌였다.

[출처: 교육희망]

특히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성적 및 진학문제로 드러나 ‘특권경쟁교육’ 정책의 폐해가 지적되고 있다. 연대세 사회발전연구소(2010년 5월),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중고등학생의 70~80% 이상이 성적과 진학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13세에서 19세의 청소년 중 12.1%가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 그 중 40%가 자살 충동의 이유로 ‘학업 성적’을 들었다.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한국은 청소년 사망률 가운데 자살이 1위이며, 2001년도 인구 10만 명당 7.7에서 2011년 13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며 “결국 과도한 경쟁 교육이 학생들로부터 배움의 즐거움을 앗아가고, 학생들의 삶 전체를 고통과 불행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교조는 14일 민주노총에서 ‘평화-협력학교 만들기 참교육 실천선언’ 기자회견에서 “교육위기의 시대, 학교는 교육이 불가능한 공간이 되었다”며 “학생들의 삶을 파괴하는 가장 큰 폭력은 ‘특권경쟁교육’이며, 학교폭력의 배후이자 핵심 가해자는 경쟁적 교육정책을 강행하는 국가권력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