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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산장애, “다단계 IT하청과 살인적 노동 때문”

장하나 의원, 노동부에 농협정보시스템 특별근로감독 실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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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한 농협 전산장애의 근본원인은 IT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인해 구조적인 시스템 불안에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또 장 의원이 공개한 농협 전산업무를 맡은 업체의 전 직원 증언에 따르면 전산업무의 다단계 하청도 중요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농협 전산사고의 원인을 두고 농협이 금융지주 및 은행 등 자회사의 전산업무를 전부 농협중앙회에 위탁해 발생한 취약한 IT운영체제가 전산장애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현재 농협 전산업무는 농협중앙회가 아닌 (주)농협정보시스템이 맡고 있다. NH농협 등 농협 계열사의 전산업무를 위탁받은 농협중앙회가 농협정보시스템에 아웃소싱을 하는 구조다. 농협정보시스템은 2006년 농협중앙회가 자본금 100%를 출자하여 설립한 IT전문회사로 농협IT통합관제센터 구축 및 운영, 농협 보안관제 서비스센터 운영, NH농협증권 인프라 운영서비스 등 농협 대부분의 전산업무를 맡았다.

문제는 농협정보시스템이 IT업계에서도 악명높은 노동착취기업이라는 데 있다. 장하나 의원에 따르면 IT개발자들 사이에 농협정보시스템은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요구사항을 반복하고, 며칠 동안 퇴근도 안 시켜줄 정도로 열악하다.

장하나 의원실이 농협정보시스템 정규직 직원으로 일했던 양모 씨에게 확보한 증언에 따르면 양 씨는 3년간 4,525시간의 초과노동에 시달렸다. 농협정보시스템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 기간을 줄여 잡고, 그 만큼 야근을 시켜 모자란 시간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장하나 의원실이 공개한 양모 씨 증언록에서 양 씨는 “농협 전산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재직할 당시 농협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결과가 제대로 나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프로젝트 초기에는 분석·설계한다고 밤 8-9시, 중반에는 화면설계니 공통코딩 한다고 10-11시, 중반 말기에는 오픈일 다가온다고 아예 밤 10시 이전 퇴근 금지 공지를 내린다”며 “이런 공지를 어겼을 경우 직원 연말 개인평가를 평균 이하(마이너스 등급)로 산정하고 연봉을 깎고, 승진을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보복한다”고 밝혔다.

양씨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 프로젝트가 정상으로 동작한다는 것은 껍데기일 뿐 내부 코딩 품질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씨는 또 이러한 열악한 환경이 전산장애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두고 “피곤해서 단 1초 사이 하드웨어 버튼 하나 잘못 누르면 장애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시간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막장 형식으로 운영하면, 피곤에 찌든 직원들이 정상적인 개발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가 망가지고, 오류가 나면 해당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데도 오류가 나든 말든 일단 오픈일이 되면 오픈을 하고, 발생한 오류는 2차 프로젝트로 돌린다”며 “국민과 농민의 세금, 저축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흥청망청 프로젝트 비용으로 1차 낭비하고, 2차라는 이름으로 다음해애 발주하고 또 막장으로 진행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가 다단계하청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양씨는 “이 과정에서 갑을병정무기 같은 하청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참여한 IT 노동자들은 돈도 못 받고 죽어나는게 현실”이라며 “농협의 전산망 마비는 이런 식의 프로젝트 결과가 낳은 수많은 버그들이 해킹을 부르고, 시스템의 오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못 박았다.

장하나 의원은 “IT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농협의 전산사고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며 양모 씨와 같은 피해사례도 반복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전산사고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살인적인 야근에 시달리고 있는 IT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 농협정보시스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