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경찰서는 지난 5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한 달 전 집회를 신고한 장소보다 축소해 임의로 질서유지선을 설정했다. 노조가 그간 집회 신고를 한 공간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바로 앞뿐만 아니라 현재 화단이 설치된 자리를 포함하고 있다.
▲ 남대문경찰서는 농성장 강제철거 다음날 점선이 그려진 3번 공간 부분을 질서유지선으로 설정해 그 공간 안에서만 노조가 집회 등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한 달 전에 1번, 2번, 3번 공간 모두 집회 신고를 낸 바 있다. 현재 화단이 설치된 1번 공간에 쌍용차 임시 분향소가 있다. |
하지만 중구청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노조가 1년 전부터 사실상 별 문제없이 매달 집회 신고를 내고 분향소를 유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설정해 그 안에서만 집회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집회 등이 열리고 있지만 시민이 불편하니 질서 유지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며 “또한 화단이 설치되었기 때문에 (질서유지선 설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찰측 주장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이미 쌍용차 대한문 농성장은 합법적으로 신고를 득하고, 합법적인 판결을 얻은 집회이다”며 “그동안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제와 시민 통행 불편 운운하는 것은 시민을 볼모로 집회를 제한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태욱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중구청이 분향소를 강제철거하고 화단을 설치한 것은 문제 삼지 않고, 신고를 득한 집회를 경찰 마음대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화단을 설치해 장애를 초래한 뒤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나가라는 것은 앞뒤가 바뀐 행동으로 경찰이 집회에 시비를 걸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이 질서유지선 설정의 근거로 대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해석을 둘러싸고도 논란이다. 집시법 13조에 의하면 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 경찰관서장이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때에는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집시법상 질서유지선은 공공의 질서 유지 뿐만 아니라 집회 및 시위를 보호하고, 경찰 감시나 제한으로부터 집회 등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현재 경찰은 집회와 시위는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집회 신고된 장소 안에 임의적으로 질서유지선을 설정한 것 자체가 문제이며, 집회 및 시위를 보장하지 않아 집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또한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앞은 그동안 시민들의 자율적 통행이 이루어지면서 유지된 곳”이라며 “갑자기 질서유지선을 설정하는 것은 집회 및 시위를 경찰의 압력으로 제한하려는 부당한 처사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이 쌍용차지부의 집회 물품을 계속 수거해 가 쌍용차범대위는 “이미 남대문경찰서에 신고된 물품인데, 경찰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 집회물품이 실린 쌍용차지부 차량을 견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