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국 독립방송 <데모크라시나우>에 출연한 리차드 울프(Richard Wolff) 교수는 키프로스 사태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구제안으로 통과된 예금 헤어컷(손실)에 대해 “키프로스 시민의 통장에 문자 그대로 밀고 들어가 이들의 예금을 갈취하는 새로운 조치로 긴축경제의 단계적 확대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시민 예금으로 부실 은행 구제
▲ 키프로스 구제안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리차드 울프 교수(좌)와 예금헤어컷에 분개한 시민의 모습(우) [출처: http://www.democracynow.org 화면 캡처] |
울프 교수는 헤어컷은 세금에 대한 추가 부담금, 사회복지비 삭감 등 이제까지의 긴축정책과는 달리 “이제 6년이 된 지구적 위기의 비용을 새로운 방법으로 지불하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은행을 신속 정확하고 깔끔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한다”며 “위기는 전혀 지나가지 않았고, 정부는 기업과 부자에 대한 과세 외에 그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돈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프 교수는 또한 키프로스 사태가 중요한 다른 이유는 키프로스 민중이 깨어났다는 데 있다며 “이들은 사태를 주시하며 'NO'라고 말하며 상황을 극화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 점에 대해 지난 예금 과세안에 대한 키프로스 의회 부결을 주목하며 “몇 시간 만에 키프로스인들은 유럽 정부들과 키프로스 정부가 합의했던 모든 것을 되돌려 놓았다. 이는 세계의 작은 모퉁이에서의, 매우 인상적이며 근간을 이루는 민중권력의 시위다. 나는 야권에 낙관적인 전망이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울프 교수는 또한 키프로스인들이 현재 구제안에 대해 반대하며 “모든 것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일하지도 않고 소비하지도 않을 것이다. 저들이 우리 통장을 쥐고 우리 돈을 가져간다면, 이 일이 매우 유사한 상황에 처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영국과 같은 곳에서 똑같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키프로스의 저항적인 사회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는 다른 유럽 정부 모두를 겁먹게 하는 이슈의 연대 호소”라며 “갑자기 확고하게 체결된 거래는 대중적인 분노와 항의를 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야기한 헤어컷에 대해 울프 교수는 “예금주의 돈으로 은행을 구제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다른 말로, 돈은 예금주의 통장을 떠나 은행 통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라며 이는 “이 위기가 얼마나 극한에 달했는지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프 교수는 이 밖에도 키프로스 금융위기 “구제안”에 포함된 제2은행인 라이키은행 구조조정에 대해 이는 부실 부문은 정부가 떠안아 손실을 감수하고 우량 부문은 민간은행으로 넘겨 민간은행을 키우는 조처로 위기를 양산하는 이들 문제를 계속해서 유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 헤어컷, 다른 유로존 가입국에도 적용될 것
한편 다른 유로존 가입국에서 예금 헤어컷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독일 등 주요 채권국은 일회적인 사례라고 일축했지만 향후 다른 위기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키프로스 구제안이 합의에 이르자 향후 위기국 구제조치에 은행 예금주와 은행주주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예금 헤어컷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는 특히 현재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룩셈부르크, 말타와 슬로베니아를 적시하고 “은행이 문제에 빠지더라도 우리는 자동적으로 이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밝혀 향후 이들 조치가 주요 약소국에 먼저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키프로스 구제안에 대한 키프로스 뿐 아니라 유럽 민중들의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채권국’ 독일 공산당이 25일 키프로스 공산주의 노동인민진보당에 연대 서한을 보내 주목된다. 이들은 서한에서 “트로이카 독재에 맞선 일하는 키프로스인들의 방어전을 매우 공감하고 지지한다”며 “이는 자본주의 법칙성의 표현이며 위기를 해결하고자 마련된 조치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자본주의의 논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