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공공부문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비교분석한 김철 연구위원은 “상당수 정책은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체화됐다”며 “대선 공약은 인수위의 국정과제로 넘어오면서 전반적으로 후퇴·변질되었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후퇴...‘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 어디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아동안전·돌봄, 다문화가족·장애인지원, 노인일자리, 지역사회환경개선, 초등학생등하교지원, 다문화여성지원 등 ‘사회공헌형 일자리 80% 확대’ 공약은 삭제됐다.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 설립’ 공약도 국정과제에서 삭제됐다.
지역대학 출신 채용 할당제 공공기관 확대 시행, 농산어촌지역 고교출신자에 대한 장학지원 및 공공기관 채용 확대, 공공부문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3% 달성 등의 공약도 국정과제에서 사라졌다.
또한 공공부문 사회복지 인력 확충,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공약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3교대 근무 도입’ 등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들이 국정과제에서는 사라지면서 사실상 공약이 후퇴됐다.
김철 연구위원은 “고졸·지역인재·장애인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하면서도 이에 대한 공공부문의 구체적인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국민맞춤형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지만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인력 부족과 과로로 쓰러지고 있는 것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 연계 사업인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 운영’ 등의 공약도 대거 후퇴했다.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은 ‘일자리 나누기 지원’으로,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는 ‘고용지원금제도 개편 등을 통한 자율적 정년연장 유도’로 변질됐다.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을 주장했던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별도로 다루지 않고 있다. 법·질서 준수, 신뢰와 타협 가치 존중, 노사 자율 해결기조 실천, 전근대적이고 불합리․불법행위 근절 및 위반시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면 서도 노사정위원회 내용은 빠졌고, 대통령과 노사대표 직접 논의 내용 또한 삭제되었다.
공연·영상분야 스탭 처우 개선, 시․도립 문화예술단체 최저임금보장 등 노동기본권 보장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문화예술단체 관련 공약도 국정과제에서는 예술분야 공공기관 운영 합리화와 국립예술단체 경쟁력 강화로 변질되었다. 오히려 노동 통제 강화 방안으로 바뀌었다는 의혹이 생긴다.
김철 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최근 노사관계에 대한 강경대응 메시지는 공공부문에서부터 단체협약 일방해지, 노동조합 무력화, 타임오프 강화, 공공기관 내·외부 경쟁체제 도입 등의 조치를 취했던 이명박 정부와 유사한 공공부문 노동정책이 취해질 것이라는 점을 예견케 한다”고 주장했다.
▲ [참세상 자료사진] |
‘공기업 민영화’ 언급 없지만 사실상 일상적 민영화
공공부문 개혁과 투명경영 강화 관련 공약도 후퇴
공약이나 국정과제에 ‘공기업 민영화’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각 부처 인수위 업무보고 등에서는 철도·전력·가스·공항·물 등의 사유화 추진이 암시돼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기관 합리화’가 지난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 선진화’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를 들자면 전력·가스 시장의 독점 구조에 따른 비효율 제거 공약은 국정과제에서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방안으로 구체화되었는데, ‘가스 민간 직수입 활성화’가 골자다. 6차 전력 수급 계획에 따르면 신규 발전설비 건설 12개 기업 중 공기업 4개사, 민간기업 8개사로 사실상 전력산업 민영화 계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과 투명경영 강화를 위해 마련한 공약들도 후퇴했다.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은 ‘지방재정의 건전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체계적 관리’로 문구가 바뀌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지배구조 문제, 주민 참여 문제는 배제하는 것으로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또 공무원 및 공사의 채용과정에서 인사비리·낙하산·회전문 인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장관의 인사권 보장 및 인사권 분권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를 책임질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청와대 측근들로 채워졌다.
그동안 성과에 초점을 맞춰 공공서비스 질 하락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