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 ‘불법행위’로 지탄받았던 KT의 부진인력퇴출프로그램(C-player, CP)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부당해고와 퇴출프로그램 연관성을 인정한 첫 사례다.
8일 청주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이영욱)는 한 모(53) 씨가 K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KT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에게 1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불이익 처분을 한 경우 사용자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불법행위가 설립돼 근로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에 대한 전직명령과 파면처분은 인사권 및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고 고의성이 인정되므로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된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KT의 부진인력 관리계획은 114 안내원 출신자·KT민주동지회·명예퇴직거부자·업무부진자 등을 부진인력 관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원고에 대한 전직명령과 파면처분은 부진인력 관리계획의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씨는 81년 임용 이후 114 전화안내 업무 등 사무업무만을 담당하다 2006년 3월 기술직인 현장개통업무로 전직명령 받았고, 2008년 10월 현장개통업무 수행 중 징계파면됐다.
한 씨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자 KT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2009년 5월 복직한 한 씨는 이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충북지역 노동계·인권사회단체 등은 9일 성명서를 내고 법원의 판결에 환영하며, KT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몇 년에 걸쳐 퇴출 시나리오 문건 공개, 양심선언, 1,002명의 대상자 명단 문건 공개, 마지막으로 퇴출프로그램을 기획한 본사 관리자의 양심선언이 이어지면서 인간학대 프로그램인 인력퇴출프로그램의 실체가 모두 드러났다”며 “결국 법원도 KT의 반인권적인 인력퇴출프로그램의 실체를 인정하고 KT가 희생자인 한 씨에게 배상할 것을 판결하기에 이른 것이다”고 평했다.
이들은 또 “인력퇴출프로그램 때문에 노동자들은 감당할 수 없는 업무로 전직된 후 경고장·독촉장을 계속 부여받고, 야간자습을 강요당하고, 징계 협박을 받고, 격지로 발령받고, 직장 내 왕따와 비인격적인 대우를 반복해서 당하는 고통을 입었다”며 인력퇴출프로그램을 기획한 최종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