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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불법파견’, 송전탑 위 비정규직의 목소리

[인터뷰] 28일째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3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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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의 키워드로 알려져 있는 정리해고. 그래서인지 ‘쌍용차’라는 단어는 정리해고와 국정조사,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연상케 한다. 28일째 송전탑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3인의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 역시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이다.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란 구호는 더 이상 이질적이지 않다.

하지만 송전탑 위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불법파견’이라는 단어가 귀에 꽂힌다. 울산 현대차 노동자들이 송전탑 위에서 외치는 목소리와 똑같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평택 쌍용차공장 인근의 송전탑 위에서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의 목소리가 뒤엉켜 흘러나오고 있다.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

# 복기성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
“쌍용차는 불법파견이 분명합니다”


송전탑 고공농성 길에 오른 이들은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그리고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이다. 그 중 복기성 부지회장은 쌍용차 비정규직을 대표해 송전탑에 올랐다. 쌍용차동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그간 쌍용차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들의 정리해고 문제만큼 이슈화가 되지 못했다. 정치권 역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와 국정조사에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문제는 관심 밖이다. 심지어 정태면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쌍용차 비정규직 문제는 처음 들었다”며 “그분들도 같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쌍용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2008년 노조를 결성한 후부터, 끊임없이 싸움을 이어왔다.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에도, 대한문 분향소에도, 송전탑 고공농성에도 그들은 늘 있었다.

“쌍용차 같은 경우는 정리해고 문제가 크게 여론화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에 비해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송전탑에 올랐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도 있습니다. 언론 등에서 인터뷰할 때도 잘 다뤄주지 않아 이슈화가 되지 않았어요. 우리 비정규직지회는 쌍용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 실시를 요구하고 있어요. 울산 현대자동차 송전탑 위의 노동자들과 똑같은 요구인거죠”

송전탑 위에서 전해지는 복기성 부지회장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8년, 노조결성 전후로 줄곧 절박한 투쟁을 해 왔다. 2006년 쌍용차에서는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졌고, 상하이 자본은 500명의 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노조 결성 직후에는 또 다시 비정규직노동자 350여 명이 해고됐고, 비정규직 지회는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진행했다. 2009년에는 굴뚝 고공농성에 돌입하면서 곡기도 끊었다.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

“쌍용차는 이미 2006년에 불법파견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어요. 당연히 대상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오히려 업체폐업과 대량 해고를 진행했습니다. 2008년에 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지고 100여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업체 폐업과 정리해고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어요. 또한 현장에서는 정규직 자리에 비정규직의 채용이 늘어나고 있고요.

작년 4월에는 지회 조합원들이 불법파견 집단소송을 제기했어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및 체불임금 지급소송’을 신청 한 거죠. 내년 1월 중순 경에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예요. 수 년 가까이 증거자료를 확보해 왔기 때문에 변호인단도 좋은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고, 분위기도 좋아요”


쌍용차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서 눈여겨볼만한 점은 원하청 공동투쟁의 과정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차별과 이해관계에 따라 그간 많은 사업장에서는 원하청 공통투쟁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역시 초반에 정규직과의 공동 투쟁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서로의 절박한 투쟁 속에 어느덧 하나로 섞이게 됐다.

“예전에는 다른 사업장들과 비슷하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 투쟁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민주노총에서는 드문 사례로 원하청이 77일간 옥쇄파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공동의 과제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했어요.

그러다보니, 당시 옥쇄파업 때도 정리해고 분쇄,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 등의 요구안을 내걸었어요. 현대자동차와는 또 다르게 현장에서부터 서로 공론화시키고 논의하면서 공통점을 많이 찾은거죠. 그래서 파업 이후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싸움을 계속 해왔어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 과제로 보고 있는거죠”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

이제 가족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라고 제안했더니 이내 전화기 넘어 복기성 부지회장의 물기 묻은 목소리가 들린다. “가족 이야기를 하면 슬퍼져요”라며 울먹이는 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7살과 5살 난 아이들과 하루 걸러 송전탑 밑에 찾아오는 아내의 모습이 떠오르나보다. 송전탑 농성 첫 날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찾아와 내내 울다가 돌아갔다. 그에게 보고싶은 가족과,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하고, 사랑하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가족의 지지와 독려가 있기 때문에 힘을 내고 있습니다. 억울한 정리해고 진실을 밝히고, 비정규직 투쟁에 승리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동지 여러분, 쌍용차는 불법파견이 분명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쟁취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전국에서 재능, 현대차, 콜트콜텍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모든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를 걸고 총단결 투쟁을 이어갑시다. 쌍용차, 현대차,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그 길의 작은 불씨가 되겠습니다”


# 문기주 쌍용차 정비지회장
“소음성 난청과 이명 겪어도...김정우 지부장 회복이 걱정”


세 명의 노동자들 모두, 송전탑 고공농성 소식을 직접 가족들에게 전하지 못했다.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송전탑에 오르기 전날, 5개월 만에 경남 양산의 집을 찾았다. 하룻밤 자고 밥 한 끼 같이 먹고 바로 송전탑으로 올랐다. 한상균 전 지부장 역시 농성 전날, 평택의 집에 잠깐 들렀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서성거리다 그냥 돌아왔다. 쌍용차지부 동료들조차 그들이 송전탑에 오른다는 소식을 공유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결행한 송전탑 농성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한파가 몰아치면서 몸은 얼었고, 눈이 내리면서 추락 위험도 커졌다.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겨났다. 생리현상을 쉽게 해결할 수 없어 차가운 밥조차 마음 놓고 먹지 못한다.

  문기주 정비지회장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
“여기 올라와서 느끼는 추위는 육지의 2~3배는 되는 것 같아요.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이상이니까요. 손가락이랑 얼굴이 얼어붙어서 당황도 했어요. 합판을 깔아놔서 발 디딜 곳은 있지만 눈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져서 추락 위험도 있어요.

지금 상태는 전자파 때문인지 소음성 난청과 이명이 있어요. 양쪽 귀로 모두 전이돼서 이명소리가 점점 커지네요. 어깨도 굉장히 결리고요. 식사는 꼬박꼬박 밑에서 올려주고 있어요. 밑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안타까우니까 밥을 많이 올려주는데, 용변 문제를 원활히 해결할 수 없으니까 많이 먹을 수는 없어요”


최근 2~3일간 기온이 올라 다행이다 싶었지만, 또 다시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송전탑 위의 생활은 막막하고 처절하다.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면서도 술 한 잔 마실 수 없다. 문기주 지회장에게 “술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술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라고 물으니 “어떻게 알았냐”며 수줍어한다.

“술도 먹고 싶고, 회도 먹고 싶고. 먹고 싶은 음식이야 다 먹고 싶죠. 하지만 여기에는 뒤와 옆에 받침막이 없어 자칫하다가는 추락하는 상황이 오니까 술은 엄두도 못내요. 시원하게 샤워도 좀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내려가서 샤워도 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게 되는 날은 우리의 복직이 확정되는 날이겠죠”

힘들고 매서운 고공농성과정에서 힘이 되는 것은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다. 울산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유성기업 굴다리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홍종인 지회장과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수시로 상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하루 20~30명씩 찾아오는 연대단위들과, 매일 저녁 송전탑 밑을 밝히는 촛불집회 역시 이들에게는 너무 큰 힘이 된다.

“지금 고공농성하고 있는 현대차, 유성 동지들과는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어요. 우리 스스로 독수리 5형제라고 불러요. 원래는 여섯 명인데, 그냥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들에게서도 고생한다, 힘내라는 문자가 오거나, 매일 출퇴근하는 조합원들이 이제 저희에게 손을 흔들어 줄 때도 힘이 나요. 아침 6시쯤 차 소리랑 추위 때문에 잠이 깨거든요. 7시쯤에는 출근하는 조합원들이 보여요. 여기서 계속 손도 흔들고 인사도 하고 그랬거든요. 처음에는 반응이 없다가 이제는 손도 흔들어주고, 차 크랙션도 울려주고 그래요. 하루일과는 대개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어요. 연대단위들 오면 고함 질러가며 대화도 하고요”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

문 지회장에게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 금새 ‘가족’과 ‘김정우 지부장’을 꼽는다. 김 지부장이 40여 일간의 단식 끝에 병원에 실려 갔지만,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송전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회복하고 계신 김정우 지부장이 보고 싶어요.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고 싶고요. 김 지부장님과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데, 우리 걱정을 많이 하세요. 오히려 저희는 40일 단식했던 사람 몸 회복하는 게 걱정이 되는데 말이죠.

가족들도 많이 보고 싶어요. 아마 여기 있는 두 동지도 가족이 가장 보고 싶을 거예요. 그래도 두 사람은 집이 평택이지만 저는 양산이라 멀리서만 바라봐야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껴안고 스킨쉽 하는 것이 만남의 즐거움인데 말이죠. 상황이 해결되서 내려가게 되면 가족들 먼저 보고 싶네요. 그리고 지금 흩어져 있는 해고된 동지들도 다 보고 싶어요”


#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해고자 복직되는 날, 날아서 송전탑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3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지 3달도 채 되지 않아 송전탑에 오른 한상균 전 지부장. 출소 후 그를 맞은 것은 감옥 안의 생활보다 더욱 지옥 같은 현장 상황이었다.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은 잇따라 목숨을 잃고, 국정조사조차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에 돌입하면서, 야권 대선 후보들이 줄줄이 방문해 국정조사를 약속했다. 얼마 전 새누리당 환노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선 이후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약속도 이어졌다. 하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은 여전히 송전탑을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지켜지지 않는 약속으로 무수히 실망하고 상처입어 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상균 전 지부장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
“새누리당이 환노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국정조사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오히려 저희는 새누리당이 표를 얻으려면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후보가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들으려면 현장에 와야 하는데, 우리가 문턱을 낮췄음에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조사 약속 역시 보이지 않은 단서조항들을 달아놓고 있는 것이 신뢰가 가지 않아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쌍용차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5년은 기업에게만 무한한 자유를 허용해줬고, 박근혜 정권 역시 이와 연장선상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권력 승계 구도가 이어질 때 쌍용차의 전망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통합진보당 후보가 정권교체를 이뤄낸다고 해도, 마냥 긍정할 수만은 없다. 쌍차 사태에서 민주통합당의 ‘원죄’와 현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행보가 노동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우리 문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죄의 본질에 있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그것들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죠. 현재도 환노위에 엄청나게 많은 노동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입니다. 여소야대의 환노위에서도 법안 통과와 관련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어요. 민주통합당이 내 놓은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법안 들은 현장의 바람만큼 명쾌하지 않고 두루뭉술합니다.

노동자들의 삶은, 국가 권력이 그것을 국정철학에 담아낼 수 있는지와 직결됩니다. 민주통합당이 노동자들의 삶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배치하고 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인지 쌍용차를 비롯한 고공농성 노동자들은 노동자 대통령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쌍용차 사태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지형 속에서, 선뜻 당선이 불확실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주변적인 상황들을 배제하고, 김소연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양당을 견제할 제3지대인 진보정치가 방향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김소연 후보가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을 들고 나왔습니다.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대신해서 대선에 출마한 듯 합니다. 사실 비정규직, 청년실업, 고용불안, 공기업 등의 문제와 왜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지를 전면에 걸지 않고는 노동자의 삶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김소연 후보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 당선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후 권력을 향한 노동자들의 경고이자 노동자 스스로 가야할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김소연 후보에 대한 지지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억눌린 시간을 보내온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심정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우리 투쟁에 함께 해 온 단위들이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을 견고히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려울 때 먼저 눈물을 닦아줬던 사람들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정조사만큼 중요한 문제는 또 있다. 현장 노동자들과의 결집이다. 때문에 한상균 지부장은 11일, ‘용서가 가장 큰 사랑’이라며 현장 노동자들에게 함께 하자는 편지를 보냈다. 서로 미안해 하지 말고, 다시 하나로 만나자는 호소다. 한 지부장은 현장 조합원들의 모습에서 상처와 아픔을 본다고 했다.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

“송전탑에서 보면 공장이 코 앞에 있고,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는 길목도 보입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만큼 우리 스스로 화해와 용서, 치유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에 있는 조합원 동지들에게 많은 문자가 오지만, 아직도 감시의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면 두건을 쓰고 만나러 오거나 먼 발치에서 보고만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돌아가신 조합원들도 살인을 당했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모습 역시 ‘해고는 살인’의 한 형태입니다. 너무나 시간이 흘러 쉽지는 않겠지만 포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연대 단위와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지금까지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 준 연대 단위에 대한 고마움과, 거센 노동자의 물결이 일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어졌다.

“저는 매일 소망합니다. 하루 속히 노동자들이 코 앞에 있는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기를요. 그 날이 온다면 저는 날아서라도 송전탑을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쌍차 투쟁 4년 동안, 우리의 꺼진 투쟁의 불씨를 살려주고, 죽음의 문턱에서 우리를 붙잡아 준 전국의 노동자들의 동지애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 모두 함께 모여서 일일이 손잡고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순간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 없는 세상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국에서 투쟁하고 계신 동지들. 그 투쟁의 깃발이 거센 노동자의 물결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건강 책임지면서 투쟁하겠습니다. 그리고 올 새해에는 노동자 가족들이 모두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

[출처: 복기성 쌍차비지회 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