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늘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구상해온 특별한 공약으로,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겠다는 것은 청와대라는 공간이 대통령을 비서진뿐만 아니라 국민과도 철저히 격리하는 장소라는 이유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청와대에 근무할 때부터 청와대 공간 배치가 잘못되어 있다고 보고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을 느껴왔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그 넓은 청와대 대부분은 대통령을 위한 공간이고, 극히 적은 일부를 수백 명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업무공간으로 사용하는 이상한 곳이었다”며 “정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해 대통령 집무실 창문을 열면 국민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이자 수준 높은 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창문 밖만 바라봐도 광화문 주변 시민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파격적이다. 대통령이 소통 의지만 있다면, 광화문 사거리나 시청 등에서 대통령을 향한 집회나 시위, 각종 현수막이 나부낄 수도 있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 북악산 전면 개방도 가능해진다.
보안 문제나 경복궁 관광이나 광화문 광장 이용에 제한이 생길 수 잇다는 우려를 두고 문재인 후보는 “미국의 백악관, 영국이나 다른 나라 총리 집무실을 보더라도 늘 국민과 가까이에 있다. 국민과 격리된 곳은 없다”며 “영국의 총리 집무실은 길거리 건물 속에 있다. 그렇게 해도 경호상에 아무 문제도 없다. 그 때문에 시민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그동안 남북대치상황 때문에 경호와 안보문제에 지나치게 신경을 써왔고, 그것이 한편으로는 제왕적 대통령, 권위주의 정치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며 “이제는 경호까지도 탈권위주의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대통령 경호 문제나 그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문제점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대통령 관저 문제를 두고는 “기존의 대통령 관저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과 총리관저로 옮기는 방안을 생각 할 수 있다”며 “조금 더 검토하고 논의해 봐야 할 문제이지만 기존의 대통령 관저를 그대로 사용한다 해도 북악산의 전면 개방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2013년이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여러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국민 부담 없이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의 청와대는 개방해서 국민께 돌려드리겠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면, 북악산까지 완전 개방이 가능해 국민에게는 새로운 휴식의 명소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의 청와대 터는 조선 왕궁인 경복궁의 일부이자 뒤뜰이 있던 자리”라며 “일제가 경복궁 일부 건물을 허물고 조선총독부 관사를 지었던 곳이다. 우리 역사와 왕조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나쁜 의도에서 비롯된 터”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조선총독부 관저, 경무대에서 이어진 청와대는 지난 우리 역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이었다”며 “대통령을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는 곳이었고, 심지어 대통령 비서실조차 대통령과 멀리 떨어져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만나려 해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 권위적인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후보는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호, 의전과 같은 실무적 어려움도 있겠지만, 경호와 의전까지도 탈권위주의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며 “잘못된 대통령 문화의 한 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열겠다. 이로써 특권의 한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