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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대행진단 “함께 걷자! 대구에서 서울까지”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고통받는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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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자! 모두가 하늘이다. 함께 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 대구에서 서울까지.

서수민(18, 여) 씨는 16일 오후 온종일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심히 유인물을 돌렸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이라 크게 인쇄된 유인물은 지난 5일 강정마을을 출발한 ‘SKY ACT 2012 생명평화대행진단(행진단)’의 일정과 소식이 담겨 있었다.

스스로를 ‘강정앓이’라고 소개한 서 씨는 지난 겨울방학 때 강정마을을 찾았다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치유의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때문에 울면서 강정마을 떠났다가 오늘 대구에 행진단이 온다고 하기에 참석했다”며 모든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16일, ‘SKY ACT 2012생명평화대행진단(행진단)’이 대구를 찾았다. 행진단은 지난 5일 제주 강정마을 출발하여 전국을 도보순례하며 모인 민의와 요구를 공론화하고 대선후보군을 비롯한 정치권에 이 요구를 적극 수용, 대안과 해법을 제시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3시,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 도착한 행진단은 대구참여연대, 대구민예총, 대구경북진보연대 등 대구경북 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 정당이 준비한 ‘2012 대구 서로 보듬는 하늘, 치유광장’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제일 먼저 12일째 전국을 걷고 있는 행진단을 위해 세족식을 준비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 문정현 신부, 용산 유가족 유영숙 씨,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 기획실장 등 행진단 일행은 대구지역 활동가들에게 발을 맡긴 채 인사를 나눴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왼쪽)이 세족식을 받으며 웃고 있다.

이창근 기획실장은 “세족식을 해주는 대구분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때 되면 보여주는 정치인들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세족식이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힘으로 지키는 평화는 또 다른 큰 힘에 빼앗기게 된다”며 “우리 모두 함께 평화를 지키는데 함께 하자”고 화답 인사를 했다.

이어 행진단은 ‘손끝으로 에너지를 나누는 시간, 힐링 마사지’를 받으며 고된 일정의 피로를 푸는 시간을 가졌다. 행진단이 동성로 입구에서 마사지를 받는 동안 동성로를 오가는 대구 시민들은 시민단체에서 준비한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했다. ‘치유광장’에는 <의자놀이>, 생명평화행진단 T셔츠 등을 판매하는 가판과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행사장, 에코백 만들기 행사장, 타로카드 등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준비되었다.

치유광장에서 약 2시간여 행사를 진행한 행진단은 오후 5시부터 대구 시가지를 행진하며 쫓겨난 사람, 정리해고자, 비정규직, 구럼비를 지키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대구 시민들에게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 7시부터는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든 극단 함께사는세상의 조인재 씨의 연극을 시작으로 생명평화문화제를 진행했다. 문화제는 음악과 춤 공연, 시 낭송이 어우러지며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되었다.

문정현 신부는 “순례를 돌고 보니 고통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고통받는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말고는 없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모이자”며 오는 20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진행되는 민회에 많은 이들이 참석해줄 것을 독려했다.

이창근 기획실장은 “더 이상 쌍용차 문제를 설명하진 않겠다. 쌍용과 같은 문제는 이미 이곳저곳에 있고, 쌍용차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쌍용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며 “대구에도 많은 사업장이 있다. 함께 힘을 모으자. 투쟁하는 노동자, 쫓겨난 철거민, 평화를 위해 싸우는 분들과 함께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밤 9시가 되어서야 끝난 문화제는 강정마을 특유의 ‘마약댄스’로 마무리되었다.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강정마을 지킴이들이 무대로 나와 춤을 추자 순식간에 동성로 일대는 가수 싸이의 공연장을 방불케하는 춤판이 벌어졌다.

강동균 회장 등과 함께 무대에서 춤을 췄던 서수민 씨는 “춤과 노래를 함께하고, 놀면서, 질기게 싸우는 이것이 강정마을의 매력”이라며 웃어 보였다.(기사제휴=뉴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