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의 지지를 받으며 1998년 대통령에 선출된 차베스는 2002년 4월 반혁명 쿠데타를 민중의 힘으로 물리치고 2004년 복권됐으며 선거 마다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좌파정권 13년을 평가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라울 첼릭(Raul Zelik) 콜롬비아 국립대 정치학 교수는 차베스 집권 후 베네수엘라와 남미의 변화를 돌아보고 민중들이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그는 “우고 차베스에게 재임의 기회를 주지 않을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의 패배는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주위 남미 국가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이다. 21세기 사회주의를 향한 볼리바르 혁명과 차베스의 현재적 의미에 대한 그의 분석을 살펴본다.
[출처: WOZ] |
우고 차베스를 뽑지 않을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차베스의 패배는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주변 남미 국가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암과 볼리바르 혁명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10월 7일 선거에서 다시 승리할 것이다.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차베스는 우위에 선다. 야권 후보 카프릴레스는 사회민주주의적인 수사를 펴며 현재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계속 이행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는 좌파정부 집권 후에도 13년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를 축적했고 평범한 민중들을 대게 무시해온 전통적인 엘리트를 대표한다.
야권이 승리하면 베네수엘라는 다시 미국의 경제적, 지정학적인 이해와 신자유주의적 사유화 정책에 예속될 것이다.
야권 부르주아 정당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들이 - 1990년 니카라과 우익과는 다르게 - 두려움이란 요소에 기댈 수 없다는 점이다. 당시, 사람들은 좌파가 다시 승리하면 새로운 전쟁을 낳을 수 있다고 두려워했고 이는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니카라과의 사회주의 정당]의 패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는 오늘 그 반대다. 차베스 없는 미래는 불확실하다. 우익 정부는 민중과 국가기구 일부로부터의 격렬한 투쟁을 감안해야 한다. 이럴 경우 많은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어려운 문제들
차베스는 많은 선거에서 이겼다. 무엇을 그리 성공적으로 해왔던 것일까? 사람들이 차베스에게 재임의 기회를 주지 않을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헌법이 참여와 인민민주주의 건설을 말하지만 이는 여전히 부족하다. 애초 지역 자치정부를 보증하기 위해 전국에 설립된 주민위원회는 무엇보다 지원금을 놓고 싸운다. 동시에 이 볼리바르 국가에는 ‘볼리부르주아지’라는 새로운 상류층이 생겨나고 있다. 많은 좌파들이 가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는 [개인적인] “배반” 보다는 국가 구조 자체와 관련된다. 베네수엘라에서 사회적인 부는 석유에 의존돼 있고 국가가 이를 분배하기 때문에 국가공무원과 민간경영자는 계속해서 정치경제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베네수엘라는 원자재 수출에 보다 덜 종속된 사회주의적인 또는 적어도 혼합된 경제를 위한 변화를 전혀 진전시키지 못했다. 경제학자 빅토르 알바레스(Victor Álvarez)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공 산업은 1987년 이후 국민총생산의 22.1%에서 14.4%로 떨어졌다. 이 기간 경제는 크게 성장했지만 이 중 시장경제 손에 놓인 무역과 건설 분야가 특히 많은 이윤을 냈다. 정부는 사회 및 고용정책을 통해 빈곤을 분명하게 줄였지만 총소득에서 임금은 증가하지 않았다. 임금은 1997년과 같은 수준인 [총소득의] 37%에 머문다(자본소득은 여전히 42%이다). 또한 민주적이며 사회주의적인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협력은 매우 미약하다. 협동조합들은 경제 활동의 단지 2%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
폭력상황은 극적이다. 카라카스는 남미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을 보이는 지역 중 하나다. 활동가들은 계속해서 볼리바르 혁명이 상당수의 청소년들에게는 도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소비재 도난에 관한 악명도 높다. 청년들은 새로 설치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지만 역시 특별한 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사회프로그램, “미션(misiones)”의 성과
이러한 여건에서 사회프로그램 “미션(misiones)”은 최근 수년간 주요 대내 정책으로서 지속된다. 국영 석유기업인 PDVSA는 2011년에만 400억 미 달러를 교육, 의료, 주택건설과 발전 사업에 투자했다. 이는 높은 원유비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인민다수를 위해 석유소득을 사용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가난한 민중 다수가 왜 여전히 차베스 뒤에 서는지에 대해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대게 베네수엘라의 변화를 말할 때 오로지 차베스에게만 집중한다. 이때 민중이 1989년부터 계속 정치적 계급에 맞서 저항했고 차베스 임기 전부터 신자유주의에 결정적인 실패를 안긴 것은 논의되지 않는다. 90년대 사회운동 조직들의 저항은 당시 지배층이 베네수엘라를 사실상 통치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사회학자 안드레스 안티야노(Andrés Antillano)는 이 의미에서 베네수엘라 변화의 엔진인 “평민 권력”의 형성을 지적한다.
안티야노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사회적 힘의 관계는 복합적이다. 베네수엘라의 많은 이들은 정확하게 ‘여권세력(oficialismo)’과 ‘차베스주의자(chavismo)’ 사이에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여당을 포함해 모든 정치적 대표를 거부하지만 대통령은 지지한다. 안티야노는 이를 “차베스는 대표(representation)의 부정으로서 간주된다. 대표(chief)의 부재를 보증하는 사령관, 자치를 보증하는 대장(caudillo). 또는 ‘차베스로 민중은 지배한다’는 한 슬로건이 의미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는 기이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모든 결정이 차베스를 통해 진행되지만, 그가 또한 슬럼가 주민과 소농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권력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은 사실이다.
브라질에 대한 보다 많은 기회
차베스의 패배는 베네수엘라 외부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대외정책은 매번 논란을 야기한다. 특히 “이란에서의 반제국주의적 자매혁명”에 관한 논평과 전 세계 폭정과의 노골적인 우의에서처럼. 차베스 정부는 워싱턴에게 좋지 않은 일만 골라서 하는 어리석은 듯한 단순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변명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하더라도 다른 편에서 보면 베네수엘라 대외정책 자체가 남미 권력 관계 이동에 기여했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미국의 지배는 꺾인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 지난 15년 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군사적으로 지원한 콜롬비아와 같은 충실한 동맹조차도 워싱턴으로부터 살짝 비켜섰다.
거친 일에 나서는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는 지난 10년간 중요한 분업을 통해 남미 정책을 결정했다. 차베스정부는 거친 일에 나섰다면 - 반제국주의적 수사, ‘악의 축 국가’와의 동맹과 쿠바,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와의 사회주의적 진영 건설 -, 브라질은 독립적인 남미 구조의 발전을 추동해왔다. 남아메리카국가연합(UNASUR)은 오늘날 워싱턴이 참견할 자격이 없는 아메리카 국가공동체를 만들었다. 온두라스, 파라과이와 볼리비아에서의 쿠데타와 전복 시도에 대해 이 국가연합은 그에 상응하여, 전과는 다르게, 쿠데타 주동자를 고립시키며 대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한 무역과 발전협약들을 통해 [도시로의 집중이 아닌] 지역을 선호하고 있다 - [그러나] 이를 통해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변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인 듯하다.
브라질 자본 또한 열대지방에서 석유 시추를 개발하고, 대두 대농장을 확대하거나 대규모 항구 건설을 거세게 추진하기 때문이다. 발전모델은 여전히 구식이고 투자자들의 국적만 바뀌었다. 하지만 적어도, 유럽과 미국이 남미를 어떤 식으로 공격하고 강탈했는지 생각해보면 이 구도의 변화는 일정한 진전을 표현한다.
차베스 정부의 대외정책은 다음 구도에서 보다 성공적이었다. 콜롬비아에서 전통적인 상위층을 대변하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몇 달 전 차베스가 이 지역의 안정요인이라는 말을 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워싱턴이 게릴라와 이슬람 네트워크를 지원한다고 비난하는 차베스가 안정요인으로 평가되다니?
무장한 반군이 현재 남미에서 신뢰 받지 못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와 관련된다. 사회주의 보다 복지국가의 르네상스와 닮은 “21세기의 사회주의”는 선거를 통해 때때로 무언가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콜롬비아에서 이 구도는 흥미롭다. 차베스 정부가 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Farc) 간 최근 평화협상 준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미 수년전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 게릴라에 거리를 두었고 무장 투쟁의 종식을 요구한 바 있다.
남아있는 모순들
남미 주변국 운명은 서로 얽혀 있다. 베네수엘라의 정세는 매우 격렬하다. “차베스적 사보타주[상층 부르주아 계급과의 갈등을 초래한 차베스의 계급정치]”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 땅의 사회적 모순들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베네수엘라 서부에서 대농장 소유주, 콜롬비아 전군사조직과 마약거래자, 부패한 시민군 그리고 - 부분적으로는 서로 적대적인 -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출신의 게릴라단체가 평행의 권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일정한 균형을 보장하는 차베스가 없다면 이로부터 빠르게 불길이 번질 수 있다. 이러한 분규가 국경에 멈춰 서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선지자 같은 능력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대선
베네수엘라 유권자는 10월 7일 대통령을 선출한다. 임기는 2013년 2월초 시작되며 6년간 지속된다. 유력 후보는 1999년 2월부터 대통령직을 맡은, 베네수엘라 사회주의연합당(PSUV)의 차베스와 자유주의 우파 정당인 ‘정의를 우선(Primero Justicia)’ 당의 엔리케 카프릴레스다. 이외에도 5명의 후보가 대선을 놓고 씨름 중이다.
[원문]http://www.woz.ch/-3239
[원제]Mit ihm ist Lateinamerika stabiler
[게재]2012년 9월 27일
[저자]라울 첼릭(Raul Zelik): 콜럼비아 국립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메이드 인 카라카스, 볼리바르 혁명에 관한 기록>의 저자이다(http://www.raulzelik.net/english-texts)
[발행처]스위스 주간지 WOZ은 105,000명이 정기구독 중인 스위스 유일의 독립적인 독일어권 좌파 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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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정은희 참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