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조회 1억을 넘긴다는 히트곡의 멜로디가 울리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그 곳에 서 있는 것은 인기가수도, 화려한 옷차림의 댄서도 아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조끼 차림의 노동자들, 노동 스타일.
지난 7월, 17개 투쟁 사업장들이 한데 모여 꾸린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이다. 공투단은 5일을 공투단 집중투쟁의 날로 정하고 아침부터 국회 앞 1인 시위를 비롯한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노동 스타일’이 울려 퍼진 곳은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이다. 오후 4시 경 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노동자들의 춤사위에 어리둥절 해졌다. 50여 명의 노동자들은 ‘노동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며 노동자의 권리를 설명했다. 밤에는 쉬고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정리해고 당하지 않는 권리.
공동투쟁단은 이 날 플래시 몹을 소재로 노동 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공투단의 투쟁을 알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공동투쟁단이 처음 논의된 것은 지난 6월 ‘쌍용차 해고자복직과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해 함께 걷자’가 끝난 대한문 앞이었다. 각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긴 말도 필요 없이 함께 싸울 것을 결심했다”고 전한다.
공동투쟁단의 노동자들은 “이 싸움이 우리만의 외로운 투쟁일 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용역폭력이라는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이다. “단지 한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권력이 민주주의와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공감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함께 싸우고 있는 것이다.
공동투쟁단에 참여하는 사업장은 코오롱정투위, 쌍용차지부, 콜트-콜텍지회, 대우자판지회, K2지회, 재능교육지부, 기아자동차해복투, 국민체육공단비정규직지부,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베링거인겔하임지부, 한국쓰리엠지회,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유성기업지회, KEC지회, JW지회, 영남대의료원지부의 17개 사업장이다. 이들은 저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공동투쟁단은 정부를 상대로 정리해고제도, 비정규직보호법, 창구단일화제도 폐기와 심야노동 철폐, 폭력 용역업체 구속수사의 5대 요구안을 내놓고 있다.
5일 저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집중 투쟁의 날 문화제 ‘우리들의 이야기마당’에서는 이 5대요구안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들은 저마다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부당해고와 불안정 고용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며 5대 요구안의 의미를 공유했다.
공투단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부와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투쟁을 이어간다. 5일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활용하는 대 국민 선전활동도 활발히 이어질 예정이다. 공투단은 “각자의 사업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업장이 공유할 수 있는 대 정부 5대 요구안을 중심으로 연대 투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투단의 노동자들은 모두 해고당하거나 파업중이거나 수 년째 농성중이다. 그러나 공투단의 투쟁은 언제나 흥겹다. “모두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으니 더 즐거울 수 있는 연대를 하자”는 약속 때문이다.
자기 사업장의 요구가 아니라 함께 낼 수 있는 요구를 만들고,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투쟁을 만들자는 약속. 연대의 소중함을 알고 지켜가는 것.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동투쟁단을 만들었던 노동자들의 ‘노동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