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전북, 강원 교육청이 특별 감사까지 불사하며 교과부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방침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교육청은 명확한 대응 없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광주 교육청은 이미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의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곽노현 교육감은 교과부의 방침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그 대응 방식에 있어선 미온적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지난 24일 출연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기재 거부에 동참할 생각이냐”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검토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곽 교육감은 이 날 방송에서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교과부에 건의 중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교과부와 일선 교육청들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교과부 방침을)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전회련 서울본부] |
서울시 교육청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교과부의 방침인 만큼 기재하라는 지시에 따르되 (중간삭제제도를 도입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권위 권고방침 수용에 대해서도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곳은 교과부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역할은 방침이 반영되도록 교과부에 건의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 이같은 대응이 곽노현 교육감의 방침이냐”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광주 교육청은 이미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했다. 광주시 교육청은 “대학 수시입학을 지원한 고3학생에 한해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했다”고 밝혔다. 광주시 교육청은 “수시입학을 지원한 학생들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학생부 기재를 했다”는 입장이다.
광주 교육청이 언급한 ‘입시 불이익’은 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부정입학 제재 방안’을 뜻한다. 대교협은 “2014학년도 대입부터 입학 관련 서류에 ‘주요 사항’을 누락하면 입학이 취소될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모든 대학에 지원할 수 없게한다”고 발표했다.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광주 교육청 공보담당관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또한 (학생부 기재방침이) 교과부의 지시기 때문에 어겼을 경우 위법이 된다”며 광주 교육청이 교과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에 학생부에 기록이 기재된 학생은 10여 명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광주 교육청은 그러나 향후에는 “어떤 경우에도 학교폭력 가해기록을 기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교육청은 현재 교과부 고발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침 철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교육청은 “학생부에 가해사실이 기재된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기재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광주 교육청도 학부모단체, 교육단체들과 함께 학생부 기재 방침 철회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해 10월, 수감중인 곽노현 교육감을 면회하고 나온 교육감들 (왼쪽부터 김승환 전북교육감, 김상곤 경기교육감, 민병희 강원 교육감) [출처: 교육희망] |
반면 경기 교육청과 전북, 강원 교육청은 교과부 기재 방침을 전면거부하고 나섰다. 경기 교육청과 강원 교육청은 교과부의 ‘특별감사’까지 받고 있다. 김상곤 경기 교육청 교육감은 특별감사가 끝날 때까지 200시간 밤샘근무에 나섰다.
김상곤 교육감은 31일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지침은 수없이 많은 허점을 지닌 즉흥적이고 비교육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학생부 기재는) 이미 징계 받은 아이들에게 이제 또 다시 벌을 주는 이중처벌금지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사안”이라며 교과부 방침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이었다. 김 교육감은 이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평화 인권친화적 학교환경을 만들어서 폭력이 근절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진보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이지만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방향을 내놓고 있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진보교육연구소의 김지혜 활동가는 “곽노현, 장휘국 교육감은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녀는 이어 “결국 교육감의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와 전북, 강원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 비할 때 서울시의 곽노현 교육감이나 광주의 장휘국 교육감에게 의지가 없다는 것. 김 활동가는 “사실 무엇보다 교육감 한 명이나 교육청의 지시 한 번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는 교육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