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런 세계에서는 비록 문제점이 없지는 않으나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폭탄도 스리마일섬의 사고도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없었습니다. 핵에너지 이용 이전까지의 문제들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해결되는 일이었기도 합니다. 지구 속 생명들이 스스로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핵에너지는 원자와 원자의 관계가 아닌 원자의 핵 속에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결합에 관여하는 에너지를 이야기합니다. 원자력발전소라는 말은 그래서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지요.
핵 속의 입자들 사이에 적용되는 핵력을 이용한 에너지이니 핵발전소가 맞다고 합니다. 그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떨어질 때도, 새로이 합쳐질 때도 많은 에너지가 발생하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이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공식으로 만들었지요. 질량이 소실되는 만큼 큰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핵입자들이 떨어질 때 발생하는 것이 핵분열에너지이고 합쳐질 때 발생하는 것이 핵융합에너지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 핵에너지도 그렇고 함께 방출되는 방사선도 그렇고 지구상의 생명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너무 큰 에너지들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에너지이죠. 억지로 분열을 일으키면 방사능 동위원소라고 일컫는 많은 새로운 원소들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것들은 또 스스로 분열하면서 새로운 원소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사선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핵분열 뿐 만 아니라 핵융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개의 수소를 모아서 헬륨을 만드는 핵융합이 그리고 거기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 것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출처: 고등학교 과학 (천재교육)] |
또 그 결과로 지구에 고유한 원소의 비율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일이 지구의 생명들 뿐 만 아니라 인간들 스스로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답을 알지 못합니다. 45억년 지구의 역사는 바로 그런 핵분열과 융합의 역사였다고 보아야 합니다. 우주의 먼지와 같은 것들이 모여서 융합을 하면서 별이 되고, 작은 행성들이 충돌을하면서 지구가 되고, 뜨거웠던 지구가 식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생명이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을 만들던 원인 중의 하나인 방사선이 줄어들고 난 뒤에, 그러니까 지구의 나이로 보면 아주 끄트머리에 겨우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었던 것이지요.
생명이 탄생한 이후에도 많은 자연의 방사선들은 진화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또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방사선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의 과정을 겪지 못한 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갔습니다. 그리고 산소가 생겨나고 산소가 지구의 바깥에 오존층을 만들고 우주방사선을 차단해주고 나서야 많은 생명들이 안정을 구하고 큰 성장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생명의 역사는 지구 안정화의 역사이자 지구에 방사선이 사라져간 역사인 것입니다.
그런데 인류는 그런 모든 과정을 다시 불안정의 시간으로 돌려놓겠다고 합니다. 인류가 자신들의 우수한 머리를 자랑하면서 사실 얼마나 무책임하고 단순한 사고를 하고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어디 핵뿐인가요? 식량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농지에 모래를 부어넣고, 이산화탄소가 넘치고 산소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숲에 불을 지르고, 친환경을 한다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자들... 강바닥에 콘크리트를 깔면서 녹색성장이라 이야기 하는자들...
베르나르의 소설에서 묘사한 지구에 해로운 벌레 같은 인간 또는 암세포와 같이 스스로 죽어갈 것이 뻔하면서도 끝을 모르고 성장하는 인간... 바로 그 모습 그대로이지요.
핵분열과 핵융합 모두 생명이 스스로 이용할 수 없는 에너지입니다. 순리에 어긋나는 에너지이지요. 인류를 비롯한 생명 너머에 있는 에너지입니다. 신들의 에너지라고 할 수도 있지요. 또한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튀어나온 것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거부하고 생명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사는 것. 이것이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들이 가져야 할 본질적인 모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