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 정신보건분야 대구경북지역 인권강사단 12명이 집단 사퇴했다. 이들은 31일 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병철 위원장 연임을 더는지켜볼 수 없기에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현병철 위원장 연임 문제를 놓고 자격 시비와 자진 사퇴 압박이 여, 야 할 것 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현 위원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휴가를 떠났다. 이 때문에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현 위원장은 인권위로 출근해 통상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대구경북지역 정신보건분야 인권강사단은 모두 14명으로 그 중 12명(육성완, 이명주, 박대현, 조윤숙, 장진아, 정은, 김복수, 김지영, 허향, 이은주, 노현수, 김진희)이 이날 사퇴해 사실상 정신보건분야 인권교육은 마비 상태가 됐다. 정신보건분야는 시설과 병원 등 인권교육이 의무화된 곳의 교육을 담당해, 그동안 활동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진 분과다.
▲ 육성완 대구DPI 대표 |
정신보건분야 강사인 육성완 대구DPI 대표는 "인권위를 보면서 오래전부터 사퇴 생각을 해오다가 정신보건분야 강사단이 모여 논의 끝에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현병철을 재임명한다는 것은 인권을 짓밟는 행위이므로 이대로 업무를 지속할 수 없었다"고 사퇴 이유를 전했다.
육성완 대표는 "다른 분야는 강사단 파악이 잘 안 돼 공동으로 사퇴하지 않았지만, 인권위가 이 상태라면 다른 분야도 사퇴가 이어질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과 전국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분야 강사인 진냥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청소년분야 강사들은 실질적 운영이 잘 안 돼서 강사단 파악을 못 했다. 함께 사퇴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밝히며 "더 이상 인권위에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 현병철 위원장 임명 전으로라도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영남대학교 인권교육센터의 이명주 정신보건분야 강사는 "인권강사단에게 인권교육을 받아야 할 현병철 위원장이 반성과 사죄는 커녕 인권위의 수장으로 연임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며 현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현 위원장의 연임 문제로 인권위 전문위원과 인권강사단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어 이명박 정부가 연임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 위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지금까지 인권위 외부 정보인권 전문위원 4명이 사퇴했으며, 북한인권에 대해 자문해온 북한인권포럼 위원 29명 중 12명도 무더기 사퇴한 바 있다. (기사제휴=뉴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