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교섭대상을 학교장으로 지목해오며 교섭을 회피해온 교육청이 처음으로 교섭자리에 앉게 되면서,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던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실질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출처: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
학비연대는 오는 25일 오전 11시 30분, 강원도 교육청에서 첫 단체협상을 개최할 예정이다. 학비연대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전국여성노조로 구성 돼 있다.
이번 교섭에는 노측 교섭위원으로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과 우형음 지부장, 이상무 전국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백남경 지회장이 참여하며, 사측 교섭위원으로는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예산확보와 고용유지 능력을 갖고 있는 교육청이 ‘진짜 사용자’라며 이들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 2월 7일, 고용노동부가 전남교육청에 ‘각 시도 교육감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와 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교섭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따라 학비노조는 지난 4월 4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교섭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6월 23일에는 약 6000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노동자대회를 개최했으며, 이후 수차례 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하는 집회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같은 학비연대의 교섭요구에 강원도를 비롯한 서울, 경기 교육청은 교섭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전남, 광주, 전북 역시 노조의 요구에 따라 단체교섭 요구사실 공고를 냈다. 강원도 교육청과는 지난 7월 11일, ‘학교비정규직 단체교섭 절차와 방식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매주 수요일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학비노조는 ‘호봉제 쟁취’와 ‘교육감 직접고용’을 주요 요구로 하고 있다. 이선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직위원장은 “조리사의 예를 들어보면, 초임 1년차에는 정규직 임금의 85% 정도지만, 정규직은 근무연수에 따라 호봉이 계속 올라가고 비정규직은 연봉제이기 때문에 20년 정도 지나면 정규직 임금의 3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교섭에 응한 교육청의 경우, 노동조합 활동 인정 등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지만, 예산이 수반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예산편성 우선순위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두느냐에 따른 교육감의 의지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비노조는 교섭에 불응하는 10개 교육청에 대해서는 이후 집회, 농성 등의 투쟁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8월 말까지 교섭에 응하지 않을 시, 개학 후 쟁의권을 활용해 강도 높은 투쟁을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학비노조는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8일까지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92.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됐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교섭과 관련해 “교섭을 회피해온 교육청에 맞서 교섭을 요구해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이 첫 결실을 맺게 됐다”며 “교섭을 통해 넓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뿐만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의 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