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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은폐·비정규직 해고 기록 수첩 발견

사내하청의 진짜 소유주가 현대차라는 증거 공개..불법 현장 생생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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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원청과 사내하청 업체 사이 불법 노사관계 행위를 생생하게 기록한 수첩이 18일 공개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수첩에는 세계적인 대기업인 현대차가 비정규직을 어떻게 불법적으로 활용했는지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금속노조가 입수해 공개한 현대차 아산공장 A사내하청 B총무의 수첩

이 수첩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의장부 A사내하청 업체의 총무 B씨가 2010년 12월 6일부터 2011년 9월 5일까지 아산공장 내에서 진행된 각종 업무를 하루 단위로 기록한 수첩으로 금속노조가 지난 8일 입수해 공개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수첩에 나와 있는 회의 결과에 따라 모든 인사노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혹 수준에서만 제기돼 온 원청업체의 사내하도급 지배 개입 사실이 구체적 증거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이 B총무의 수첩이 처음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9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5일간 파업이 끝나자 현대차 협력지원팀은 다음날인 10일 “파업대비 여유인원을 12월 15일 자로 정리하라”고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일괄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현대차, 하청 업체 총무들 모아 불법파견 증거인멸 지시

또 그해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고 비정규직들이 조직적인 소송을 진행하려하자, 법망을 피해 불법파견을 합법도급으로 가장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사전 모의하고 실행한 기록도 적나라하게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J과장은 2011년 2월 8일 오후 2시 아산공장 214호실에서 의장부 사내하청업체 총무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그동안 현대차 로고가 찍혀있었던 작업표준서(일종의 생산관련 작업지시서)를 일부 수정하고 사양식별표를 업체 것으로 변경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또 “보안(공정) 월, 주, 일 단위 관리대장도 (현대차 것에서) 업체 것으로 변경하라”고 해 불법파견에 대한 대대적인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엔진부 현대차 마크 찍힌 작업표준서. 작년 7월 대법 판결 이후 현대차 마크가 안 찍힌 걸로 작업표준서가 바뀌었다. 이 사진은 바뀌기 전 자료.

  현재 사용하고 있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 작업표준서. 현대차 마크는 없어지고 오른쪽 위에 하청업체 이름이 적혀있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위장도급의 전형으로 내세운 현장대리인(사내하청 업체)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은 현대차가 아닌 위장도급사의 현장대리인이 업무지시를 전달했어도, 업무지시나 근태관리에 누가 영향을 미치는 가를 봤기 때문에 현대차 로고가 박혀 있던 각종 생산관련 작업지시서들은 현대차가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증거들이다.

현대차 협력지원팀, 주 2-3회 사내하청업체 사장 모아 회의. 인사 노무관리

수첩에는 사내하청업체를 관리하는 현대차 아산공장 협력지원팀이 사내하청업체 사장들을 모아 주 2~3회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협력지원팀 지시에 따라 하청업체 사장이 소장과 반장에게 회의 결과를 전달한 내용도 담겨 있다. 여기엔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해고, 징계, 노무관리, 조합 탈퇴, 휴직 등 모든 인사노무관리를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실명으로 상세하게 적혀있다.

심지어 현대차 협력지원팀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중 누구를 해고하고, 누구를 정직으로 할 것인지와 통장 가압류 대상까지 직접 지시하고 실행했다는 내용도 적나라하게 실명으로 담겨있다. 수첩내용은 세세한 노조탄압 매뉴얼이 있겠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수첩 내용 중 2011년 3월 10일 자에는 “오전 10시 30분 (A협력업체)사장님 협력지원팀 회의 결과 → 강**, 김**, 박**, 안**- 해고, 최**- 해고(파업과 무관)→ B조 나머진 정직 3개월(김**, 이**, 연**, 오**), 홍**(정직 1개월), 징계위원회 금일 오전 공고요. 초안 작성 후 게시함(C 차장 FAX). H 대리와 징계 2차 건 징계기간 확인- 1월 달 별다른 건 없으면 2/1~3/9까지 하면 된다(특근거부 추가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내하청업체가 현대차 노무부서라는 증거”

이는 사내하청업체의 인력관리는 원청인 현대차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현대차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내 준다.

금속노조는 “원청 관리자들이 하청업체 사장과 총무를 불러 인사와 노무에 관한 모든 사항을 지시하고, 그 지시에 따라 해고와 징계 등 모든 공장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며 “현대차 A사내하청업체 수첩은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업체는 유령회사이고, 노무부서이며,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용자라는 명명백백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 1,941명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1,000명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응하고, 대법원 판결인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작업표준서, 사양식별표 등 주요 생산관련 작업지시서 등을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제히 바꾸도록 지시했다”며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범죄행위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은 “아산공장에서 발견된 수첩은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용자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현대차는 당장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현대자동차 원청의 사용자성 및 부당노동행위의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라며 “현대차는 더 이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체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새 활력 넣을 듯

이번에 발견된 수첩은 지난 해 진행 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후 침체 된 비정규직 투쟁을 다시 불붙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충남지방노동위원회(충남지노위)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와 정직을 부당징계라고 지난 15일 결정했다. 이는 대법원 판결에서 시작해 창원 GM 대우 판결 등에 이르기 까지 자동차 산업 불법파견 판결과 같은 취지다.

박점규 금속노조 단체교섭국장은 “이번에 발견 된 수첩도 그렇고, 지난 주 진행 된 전주공장 비정규직 진입투쟁 업무방해 건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비정규직 투쟁의 정당성이 다시 확인 되고 있다”며 “파업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비정규직 투쟁이 10월 24일 비정규 노동자 대회까지 이어지면서 다시 새로운 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동취재팀=윤지연, 심형호, 김용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