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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드는 한국경제

물가폭등, 환율전쟁, 양적완화가 그려내는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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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오르고 있다. 정부도 관세인하를 통한 원가부담 경감, 세제상 인센티브 강화, 공공요금 동결 등 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키지도 않은 물가안정 역할까지 자임해서 논란이 되고 있고,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주로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국 또는 BRICs 국가들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흥국, 물가인상으로 홍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최근 수 년 동안 글로벌성장의 엔진역할을 하면서 세계경제 활동의 5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개도국들이 모두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속을 끓이고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경우, 양파 등 야채에서 시작된 식품 물가상승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소비재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인도준비은행(RBI)이 금리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인도의 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25일 현재 18.32%로 급등했다. 이 같은 물가급등은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82.47%의 가격상승을 보인 양파와 평균 58.85% 비싸진 다른 야채 가격들이 주범이었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헤알화 강세를 약화시키기 위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키로 했다. 이 조치는 오는 4월 4일부터 실시되며 지급준비율은 각 시중은행의 자산 및 외환거래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될 예정이다.

브라질은 대부분의 서양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초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자금이 대량 유입되고있는 신흥국 중 1개이다. 투기자금의 유입에 의한 헤알화 가치 상승으로 브라질의 수출이 저해되고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헤알화 강세와 관련해서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4일 “호세프 새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이 아니라 감세와 무역보호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여름 가뭄으로 인해 밀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부의 물가상승 억제목표인 6~7%를 상회해 지난 한 해 동안 8.7%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도 수개월내에 금리를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거시정책의 최우선과제로 물가안정을 설정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해 은행 지급준비율을 6차례 인상했던 인민은행은 작년 10월 2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데 이어 크리스마스에 전격적으로 대출 및 예금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또한,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1년 중국거시경제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향후 중국은행은 비교적 빈번한 금리인상 정책을 펼쳐 2011년에 3차례 이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가는 왜 들썩이나? 그것도 신흥시장국에서만

최근 물가인상은 석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을 이끌고 있다. 국가별 지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대폭 상승한 것은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 가격 상승과 간접세, 통제 가격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 가능한데, 석유와 곡물 가격은 왜 오르고, 이것이 어째서 유독 신흥국의 물가만 끌어 올리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제국들은 겨울에도 기름 안쓰고 잘 먹지도 않는단 말인가?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일본 등 선진제국들, 이른바 G7 국가들은 물가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유로존의 경우, 소비자 물가가 다소 오르고 있지만 2.2% 정도로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들 나라들은 이른바 양적완화를 바탕으로 시중에 통화공급을 확대해 왔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재정으로 메우느라 경기부양책을 썼고, 유로존 국가들은 대부분 재정위기 때문에 긴축정책을 썼다는 차이점은 있으나, 시중통화를 꾸준히 증가시킨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는 일본도 같다. (재정정책의 차이는 있으나 통화정책은 모두 같다.)

이들 나라에서는 돈을 많이 풀었으니 당연히 물가가 올라야 한다. 하지만 통화발행을 늘린 국가들은 물가가 오르지 않고, 신흥국들에서만 물가가 대폭 오르고 있다. 이 얘기는 선진제국에서 발행한 돈이 모두 신흥국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경제위기의 부담을 통화발행을 통해 신흥시장국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런 메커니즘이 가능한가? 바로 ‘금리’때문이다. G7 국가의 금리는 제로(0)%에 가깝다. 미국, 일본은 사실상 제로 금리이고, 유럽은 1.00%를 유지하며 초저금리로 금리를 묶어두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금리를 인상할 조짐이나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선진제국의 양적완화 폭탄은 모두 신흥시장국으로 흘러들어 갔다. 외환이 몰려오니 신흥국에서 시중통화량은 늘게 된다. 여기에다 선진제국의 통화발행으로 달러나 유로화 등의 약세가 지속되자 환율이 떨어지자 환율방어를 위해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려야 했다. 이 때문에 시중 통화량은 또 팽창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 나라는 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었고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높아진 금리를 보고 외환이 더 몰리고, 그것 때문에 통화량 증가와 물가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즉, 신흥국에서는 외환증가->통화량 증가->물가인상->금리인상->외환증가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기로에 선 한국경제

지난해 한국경제는 수출기업들이 정부보조나 다름없는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을 이어갔고, 미국발 양적완화의 달러 홍수가 주식시장에 넘쳐 나면서 세계경제위기의 여파 속에서 그럭저럭 버텨왔다. 지난해 한국경제는 수치로만 보면 괄목할만하다. 성장률 잠정치가 6.1%로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수출 세계 7위에 경제규모도 세계 13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수출확대, 고환율, 양적완화를 업어탄 금융시장 부흥 등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다.

경제위기 속 수출확대정책은 환율과 국제원자재 가격의 의존도를 더욱 높여 놓았다. 게다가 지난해 환율전쟁을 이끌었던 미국과 중국에 이어서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제2차 환율전쟁이 발발할 조짐도 점쳐지고 있다. 2차 환율전쟁은 환율싸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역전쟁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아 수출주도형 국가들이 입을 타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월가 은행들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폭등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소비자 물가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만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쳐 한국경제에 작지 않은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한편, 다른 무엇보다 통화량 증가와 외자유입이 야기하고 있는 물가상승은 정부정책을 임계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본원통화는 금융위기 이전 50조원을 밑돌았으나 2010년 말 기준으로 70조원까지 증가했다. 본원통화량이 40%이상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양적완화를 본격화 하면 그만큼 더 많은 핫머니들이 몰려올 것이지만 천장을 뚫고 솟구치는 주식시장의 마력에 빠져 이에 대한 어떤 대비책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 사이 물가만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유럽 각국이 공공부문 축소, 복지삭감 등 대대적인 긴축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한국과 신흥국에서는 다름 아닌 통화량 팽창을 통한 물가인상으로 노동자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2011년 한국경제는 ‘불황 속 물가인상’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자와 서민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