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네티즌들 사이에서 추모시를 비롯한 추모 동상 건립 서명 등의 후폭풍이 일고 있어, 산재 사망 논란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노동건강연대 등 11개 노동, 시민사회 단체 역시 15일 오전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대한민국은 산재 공화국?
여론은 ‘용광로 청년’ 사건에 대해 ‘단순 사고’를 넘어선 ‘산재 사고’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김 씨의 근로 환경을 둘러싸고 심야노동, 교대근무, 산업재해 등 사회 문제들이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곪아 있었던 노동자의 산재 사고가 부각됨으로써 산재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의 허술한 대처가 문제시 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를 자랑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산재 사망한 노동자는 2,181명에 달한다. 즉 하루에 6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꼴이다. 용광로 청년과 같은 30세 미만의 노동자의 사망 역시 2009년, 132명을 기록했다.
특히 환영 철강 등이 속한 ‘금속재료품제조업’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 업종에서의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은 평균치보다 2~3배가 높기 때문이다. 2009년 고용노동부 산재통계에 따르면, ‘금속재료품제조업’ 산재율은 1.53, 사망만인율은 3.27이었다. 전 사업장 평균 재해율이 0.72%, 사망만인율이 1.92%인 것에 비하면,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일반 노동자와 비교해 2배 이상 다치거나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대한민국에서는 평일만 하루 10명 이상의 산재 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아무리 전쟁을 벌인다 해도 하루에 10명 이상이 죽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치욕스런 기록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럼에도 구조화된 현실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산재는 살인’...하지만 가해자는 어디로?
높은 산재사망률에도 정부는 여전히 대책마련에 소극적이며, 해당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미미한 상태다. 특히 환영철강은 사고 2주전, 지방노동청의 점검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청의 부실안전점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시 점검은 가스배관 설비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용광로 주변 시설은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지난 6월 7일부터 799개 사업장에 대해 산업안전실태 점검을 벌였지만, 환영철강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때문에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노동부의 산업안전실태 등의 조사가 엉망인 것을 알면서도, 또 조사를 요구하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미미한 상태에서 사고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한 회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지도 미지수다. 2009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제강, 제철사업장에서 산재로 사망한 사건은 총 8건이지만 기소는 5건에 그쳤다. 그 중 실질적인 책임자의 처벌로 일단락 된 경우는 고작 1~2건에 불과하다. 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이 적용된다 해도, 관련자는 하위직 안전관리자 등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순이익만 연간 470억원에 달하는 환영철강에서, 10만원 짜리 펜스가 없어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면서 “이것이 어떻게 범죄가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이번 사건과 같은 중대재해나 미필적 고의 재해에 대해 고위 임원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산재사고 1위 국가라는 오명은 계속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기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처럼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서 사망사고에 한해서는 고위책임당사자를 형사처벌하는 법이 생겨나지 않고는 치욕스런 현실을 바꿔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잇따라 발생하는 산재 사망 사고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고용노동부의 무사안일 한 정책과 행정이 그 원인”이라면서 △노동부는 환영철강 전면조사를 실시하고 기업주를 처벌할 것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산재사망 기업주를 처벌 할 것 △산재문제의 근본적 해결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