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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 성폭력 문제 해결 못 한다

충분한 연구 없이 졸속으로... 효과도 대책도 기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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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국회에서 ‘성폭력범죄자의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의결됐지만, 일명 ‘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인권적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치료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성폭력 범죄의 대책이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변호사그룹인 ‘공감’의 차혜련 변호사는 지난 14일 발표한 칼럼을 통해 “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약물요법 대상자에 약물요법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성범죄자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 성폭력범죄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약물요법이 성폭력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었던 성폭력 범죄자 그룹은 ‘폭력성이 없는 소아성애자’ 그룹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정된 ‘성충동 약물 치료법’은 성도착증 환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물치료의 요건으로 약물요법의 대상자의 동의를 요하고 있지 않는 법안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차 변호사는 “약물요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상자 스스로 약물요법의 시행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약물요법에 응하여야 한다”면서 “대상자의 동의에 의한 자발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약물요법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약물의 복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약물치료가 성폭력 예방 목적으로 심리치료와 함께 진행된다지만, 심리치료의 현재 상황으로는 목적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차혜련 변호사는 “수정의결안도 ‘약물 투여 및 심리치료’라고 규정함으로써 약물 투여와 심리치료를 병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현재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 효과가 어떤지 검증된 자료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어떤 절차로 시행되었는지 알 수 없고, 그간의 운용 결과에 대한 평가, 제도 보완, 예산 마련에 대한 공론화도 없는 상태”라면서 “성폭력 재범 방지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약물 투여보다 더 중요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현재 상황은 이 법의 목적 달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아동성폭력 재범 방지 정책과 인권’ 토론회에서 역시 화학적 거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표창원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약물 투입으로 인해 무기력증과 우울감, 분노의 증가 등 부작용을 발생시킨다는 보고가 있고, 각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효과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신경화학 약물을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본인의 자발적 의지 없이는 어떤 강제치료도 재범 억제의 효과를 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호중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법원의 명령에 의한 강제적 약물치료는 위헌 요소를 안고 있다”면서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 없이 여론을 핑계 삼아 감시와 격리 위주의 통제장치를 쏟아내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