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30일 오후 후보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심상정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으로 상징되는 토건주의,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 서민살림 파탄, 나아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전교조말살 노동탄압정책에 맞서 분연히 싸우고 있는 노동자와 시민사회계의 염원에 대한 진보의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며 “저는 경기도지사 후보 사퇴를 통해 유시민 후보에게 이명박 정권 심판의 과제를 부탁하고자 한다. 유시민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 이명박 정권 심판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사퇴이유를 밝혔다.

유시민 후보는 심 후보 사퇴를 두고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며 "아픈 마음 다 헤아리진 못해도 공감할 수 있을것 같다. 함께 꾸는 꿈으로 꼭 세상을 바꿔보자"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반면 진보신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심 후보의 사퇴에 대해 중앙선대위는 계속해서 설득하였으나 심 후보는 최종적으로 사퇴를 결정했다”며 “이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며 이번 과정에 대해서는 선거 이후에 반드시 평가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선대위 입장이 사퇴 만류였는데도 심상정 후보 쪽에서 사퇴를 강행 했다는 속뜻이 드러남에 따라 심 후보 사퇴는 향후 진보신당내 큰 파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날인 29일 심 후보가 유세일정을 전면 취소하면서 사퇴의사가 감지되자 진보신당 당원들은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 사퇴 불가 주장을 계속 올렸지만 당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 당원들은 심상정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을 막으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당초 심상정 후보는 30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선언하려 했으나 진보신당 당원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막자 30분 늦췄다 오후 3시께 언론사 보도자료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회에 모인 당원들은 사퇴 강행시 심 후보 탈당을 요구했다.

심상정 후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진보의 꿈이 이루어져야 우리 국민들이 행복해 질수 있고,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바로 진보정치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반추했지만 “투표일을 3일 남긴 지금, 국민의 이명박 정권 심판의 뜻을 받드는데 저의 능력이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오늘 비록 저의 꿈을 잠시 접어두지만, 서민과 중산층을 향한 진보정치의 꿈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라며 “오늘의 저의 결심은 외부의 이유에 의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진보정치를 더 크고, 강하게 벼리기 위한 고뇌의 결과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 지지율과 반MB연대라는 틀에 갇혀 진보신당 마저 진보의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진보정치의 길을 접었다는 당 내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제 심 후보의 사퇴가 서울시장 완주를 공언한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에게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여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심상정 후보가 반MB연대를 통한 지지의사를 밝힌 유시민 후보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강력하게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주도한 장본인이라 진보신당 내에선 더욱 반발이 크다.

게다가 진보신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당 득표율 5%를 넘어 서울, 경기도와 인천에서 광역비례후보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심 후보가 최대 유권자가 몰려 있는 곳 중 하나인 경기에서 사퇴하면 정당득표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진보신당은 지방선거에서 정당 지지율 최소 3%를 넘기 위해 TV광고비 모금 켐페인 까지 벌이기도 했다. 진보신당은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득표 2.94%를 기록해 통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정당득표율 3%를 넘으면 다음 선거에서는 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와 방송사 초청토론회에 당연히 출연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또 전국적으로 통일된 지정 기호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영향 때문에 진보신당 자유게시판엔 심 후보 사퇴에 반발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글쎄’라는 진보신당 지지자는 “심 후보는 바로 며칠 전에도 그렇고, 선거기간 내내 토론회마다 '진보정당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이명박 심판이 아니라, 이명박과 유시민 사이에 흐르는 샛강 보다 유시민과 심상정 사이에 흐르는 태평양만한 차이를 이야기 했다”며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껏 이명박 없는 세상 하나 만들자고 별 거지같은 욕 먹어가며 이 뙤약볕에 뛰어다녔을까요?”라고 반문했다.

한편 심상정 후보는 마지막 부탁이라며 경기도민에게 “미래를 품고 있는 기호 7번 진보신당을 국민여러분께서 애정과 지지로 키워달라”며 “진보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고 계신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진보신당 후보들을 지지해 주시고 미래 서민정치의 씨앗인 기호 7번 진보신당에 정당투표로 진보정치에 희망을 실어 주시길 간절하게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