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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해결 뒷순위로 넘기는 민주노총

조직 내 이견과 무관심 모두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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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6기 민주노총 새 집행부가 뽑혔지만, 5기 보궐 집행부 최대 과제였던 ‘김 모 전 민주노총 조직강화특별위원장 성폭력 사건’은 결국 해결이 안됐다. 5기 집행부는 마지막으로 책임져야할 대의원 대회에서 성폭력 사건의 평가, 후속사업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해야 했지만 보고서는 아예 없었다. 이 사건의 해결은 새로 당선된 김영훈 집행부의 첫 번째 과제로 다시 이월됐다. 그만큼 사건 해결을 바랬던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고통의 시간도 늘어났다.

민주노총 5기 보궐 집행부는 이날 49차 정기 대의원대회 회순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오히려 대의원들이 논의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면 사건 해결이 늦어진 원인을 짚어냈다.

  피해자 지지모임 활동을 하는 조합원이 피해자가 보낸 '사건의 해결 및 공론화를 다음으로 유예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대의원 대회에서 낭독하고 있다.

애초 민주노총은 ‘김00 성폭력사건 보고서 채택의 건’을 대의원대회 1번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대의원 대회에서는 4호 안건인 임원선거 보다 뒷순위인 5호 안건으로 회순이 제출됐다. 선거가 끝나고 물밀듯이 빠져나갈 대의원들로 인해 대의원대회는 성원 부족으로 유예 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조진희 대의원은 “지난해에도 대의원 대회가 한 번 휴회하고 유예 되어 논의가 안됐다. 이번에 임원선출을 하고 모두 가버리면 또 유예 될 가능성 있다. 그러면 아무도 책임을 안 질 것이다. 보고서가 없다면 이후 어떻게 안건을 처리할지 우선 논의해야 한다. 지난번 대의원 대회에서 제일먼저 처리하겠다던 안건이 왜 뒤로 밀렸는지 해명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김성보 대의원도 “중집 보고서가 토론되거나 제출 되지 않아서 대대에 못 올린다면 5번째로 안건을 올리면 기만이다. 차라리 안건을 처음에 넣고 보고서가 채택 안 된 사연을 말하고 다음대대에 하는 게 맞다. 마치 보고서가 된 것처럼 이렇게 안건 올려놓고 선거가 끝나면 대대가 자연스레 유예돼서 의장단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신승철 사무총장은 “중집들이 보고서 초안을 검토했지만 이견이 존재했다. 보고서 준비 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존재했다. 이견에 따라 합의된 보고서 채택이 어려운 지점이 존재했다. 중집은 시간이 부족하고 선거를 진행하는 대대에서 이견이 있는 상태로 제출해 논쟁과 대립구도 만들기 보다는 준비부족이 여실하니 다음대대가 열릴 때까지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이견이 없는 단일 보고서를 내자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1번 안건으로 하기보다는 준비부족과 이견 때문에 뒤로 미루는 것으로 점검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김해경 대의원은 신 사무총장의 얘기를 두고 “피해자를 중심에 두지 않고 생각 않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9월 28일 중집에서 책임있게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내용이 있는가? 이미 대의원대회 이름으로 4차에 걸쳐 지켜봤다. 저희를 기만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조준성 대의원도 “집행부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이거 해결 못하면 선거도 필요 없다. 차라리 선거를 못하고 대회가 유예되어도 이것을 1호 안건으로 해 보고서도 이 자리서 만들든지 해야 한다. 항상 염두에 둘 것은 이 순간도 피해자는 고통을 받는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논란 속에 성폭력 사건 보고서 채택 건을 1호 안건으로 회순을 정리하고 보고서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됐다.

보고서 채택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진희 대의원은 5가지 제안을 했다. 조진희 대의원은 “중집 논의 내용을 알아야 토론가능하다. 어떤 이견이 있었고 어떻게 이견을 처리할지 방안을 알려 달라”며 “보고서 채택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견이 존재 하는 것을 끝까지 봉합해서 타협해 이견이 없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견이 있는 채로 소수의 의견으로 첨부할지 어떻게 할지 여기서 논의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조진희 대의원은 “피해자도 이제까지 과정을 전혀 몰랐다. 이 모든 것을 공개 토론으로 해야 하고 차기에 누가 집행부가 되든 1호 의안으로 채택하는 것을 결의해야 한다. 평가와 과제제출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평가보고서를 제출해 이의를 받아야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대의원들도 신승철 사무총장이 밝힌 중집과 실무팀 내 이견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고 토론을 하자고 요구했다.

대의원들의 중집 내 이견설명 요구가 있자 평가실무팀에 참가한 김경자 부위원장이 과정을 설명했다.

김경자 부위원장은 “실무팀 4명의 단일안을 중집 회의에 1월 25일 올렸다. 중집에 올릴 때 안건 설명에 보고서의 한계를 설명했다”면서 “평가서를 늦게 논의하다 보니 상집과 공유를 못하고 중집에 올렸다. 보고서의 한계는 4명의 의견일 뿐이라는 전제를 드렸다”고 밝혔다. 김경자 부위원장은 “4명이 올린 평가서였기 때문에 중집에서 발제도 하지 않았다. 중집은 4명이 올린 평가 팀 안 자체를 어떻게 할거냐를 논의했고 졸속은 안 되니 안건으로는 상정하되 의견수렴을 통해 차기대의원 대회 평가서를 만들기로 했다”면서 “사실상 평가서가 되려면 공개토론을 하고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많은 의견 수렴과정 있었어야 하나 여성위원장으로 사과드린다. 책임지고 논의를 못해서 과정과 절차 밟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보고서 채택 과정을 놓고 김경자 부위원장은 “공개토론을 하고 1호 의안으로 차기 대대에서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견이 없는 단일안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그래도 단일안을 못 만든다면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경자 부위원장의 과정설명을 들은 조준성 대의원은 “이건 이견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이번 문제해결은 이견과 상관없다. 중집이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처리할 기준점 마련하면 이렇게 오랫동안 논의하고 소모논쟁 할 필요가 없다. 여성관점이면 간단하게 해결 된다”고 지적했다.

대의원대회 의장을 맡은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차기집행부에 책임을 넘겨서 차기 대대에서 책임있게 과정을 공개리에 같이 고민하는 결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고서 채택은 다음 집행부의 최우선과제로 남게 됐다. 이번 대의원 대회는 그간 민주노총이 문제해결 원칙 없이 처리에 급급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피해자 지지모임이 있는데도 지지모임과 평가 보고서 채택 과정을 공유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또 10개월 내내 피해자 중심주의와 피해자의 고통을 얘기했지만 항상 대의원대회에서만 공감하고 대회가 끝나면 집행되지 않았던 과정도 드러났다.

보고서 채택 관련 안건이 통과되자 정의헌 수석은 “이렇게 성숙하게 논의해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 심화된 논의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0개월 전 2008년 4월 1일 임성규 비대위 위원장도 당시 대의원 대회에서 진상보고서가 채택되고 성평등 미래위 설치가 통과되자 ‘감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피해생존자는 대의원 대회에 편지를 보내 “저는 민주노총이라는 우리의 조직이 성폭력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고 치유로 나아가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고 싶다”며 “더 이상 이 사건의 해결 및 공론화를 다음으로 유예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부탁의 호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