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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힘

[이수호의 잠행詩간](86) 다시 용산에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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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다
넉넉한 하늘이다
정의와 진리의 하늘이다
진실의 하늘이다
그 하늘이 용산에 내려와 있다
신부들 천막에 있고
목사와 승려가 끊이지 않는다

눈물이다
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때론 육자배기 농담도 걸걸하지만
유족들 가슴 속 끊임없이
철철철
눈물 흐른다
이 눈물 넘쳐
용산은 늘 젖어 있다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어가고
제단 앞 국화
아! 분향소 싸고도는
그윽한 향기여!

고운 마음이다
연대의 깃발이다
호호 할머니가 입고 계신
때 묻은 전철연 조끼
남일당 예배처
불탄 골목에 새로 걸린
고춘식 시인의 불같은 마음
이 스산한 날씨에도
레아에서는 '곽영화전'이 열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저녁미사와 예배
앰프 담당 삼돌씨는
온 종일 이곳 저곳 손볼 곳을 찾고
손에서 빗자루 놓는 걸 본 일이 없는
뒷설거지 대가 재호씨는
아침이 되면 가장 먼저
멀리 4호선 신용산역까지 달려가
새로나온 그날치 무가지를 거두어 온다
단식농성하고 있는 대표들에게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아침 선물이다
그는 신문 살 돈이 없다

*용산참사 현장은 언제부턴가 투쟁생활공동체가 되었다. 하루 하루가 너무 멋지게 돌아간다. 진상 규명해서 대통령 사과 받고 명예 회복할 때까지 몇 년이건 넉넉하게 싸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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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무엇때문에 이런 모습을 지키고 하루를 지내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