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신종인플루엔자 확진판정을 받은 동료가 있는데, 회사에서 가족들도 출근하지 말라고 했어요. 5일 동안 휴가 처리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유급 인정이 안 된다고 합니다. 신종플루에 걸리면 월급도 받지 못하고, 병원비는 병원비대로 나가는 거예요. 노사협의회를 요청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ㅈ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는 신종인플루엔자 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판정을 받아도 맘 편히 쉴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검사비, 입원비 등 치료비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쉬는 기간 무급처리 된다는 것이다.
당진의 ㅅ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도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해 치료받는 기간이 연차일수에서 제외됐다며 역시 불만을 토로했다. 생산현장에 있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신종플루 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판정을 받으면 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신종인플루엔자 진료 및 노동자 휴가사용과 관련해 노동부는 “신종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으로 병가, 공가가 필요한 경우, 신종인플루엔자 확진검사 및 신속항원검사(간이검사) 결과서 제출을 요구하지 말고, 불가피한 경우 처방전, 진료영수증 제출 등으로 대체”하도록 사업주에게 알렸다.
그러나 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휴가사용과 관련해서 ‘개별노사관계’의 문제로 일축했다. “신종인플루엔자와 관련해 노동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 없다”는 것.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신종인플루엔자대책본부 역시 생산현장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교가 휴업하는 것은 교육인적자원부 등 관계기관의 협조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노동’과 관련 관계기관과는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생산현장에 별로도 (협조, 지침 등) 내려진 것은 없다. 신종인플루엔자는 국가적 치원의 질병이라기보다는 일반 독감수준이다. 증상이 의심될 경우 개별적으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 사회적으로 대응체계가 부족함을 드러냈다.
신종인플루엔자, 사회적 대응 미비
이렇듯 전국적으로 신종인플루엔자가 사실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정부 및 회사측의 대응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다양한 각도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신종인플루엔자 예방차원에서 의료종사자, 방역요원, 영유아, 임산부, 노인, 만성질환자, 초중고등학생, 군인 순으로 내년 2월까지 국가 예방접종을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모두 1천7백만 여명이다. 나머지 3천만 여명에 대한 대책은 아직 미지수다.
사업장내에서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지만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경영계는 ‘산업재해’ 인정을 철회하라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예방접종비, 검사비, 입원비 등 치료비도 개인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전국금속산업노조 관계자는 “현재 예방접종 3만원 수준마저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하도록 방치돼 있기까지 하다. 전 국민 예방접종비용 수천억 원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순차적 우선 접종 대상자 1천7백만 명도 민간 의료기관에 위탁하여 접종받을 판이어서 접종비 절반이 민간의료기관 배불리기에 흘러들어가게 된다. 한마디로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셈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노동자 휴가사용과 관련해서는 충남지역노조 김재훈 기획부장은 “대부분 사측은 일방적으로 무급처리를 하고 있다. 특히 노조가 없거나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취업규칙을 들면서 무급처리를 하는 곳이 많다. 노동 현장에서의 신종플루 예방관리 대책이 미흡하며 회사의 규모에 따라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