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이 선정해 지시하고 있는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가 지난해 7월 군에 지시한 이 사건이 헌법의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있어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국방부의 이 지시가 "헌법 제19조가 보장하고 있는 양심 형성의 자유와 헌법 제21조가 보장하고 있는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수령하거나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는 "어떠한 책을 선택하고 읽을 것인지에 대한 자유와 권리는 이성과 양심을 가진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으로서 이러한 자유와 권리의 영역에 있어서는 인간으로서의 본질적인 요청이 제복을 입은 군인의 신분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어떠한 서적을 선택하고 읽는 것은 그 서적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을 외부적으로 실현하거나 표현하는 경우와 달리 거의 내심의 자유 영역에 해당되므로 더욱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불온서적을 지정하고 군내에 이를 차단한 근거로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불온도서 등 표현물)과 국군병영생활규정 제47조(불온도서의 반입금지)를 들고 있지만 인권위는 이에 대해 "병사들이 군대내의 직무 및 군사보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어떠한 책을 읽고 어떠한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 것까지 당연히 포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에 "국가의 불온서적의 금지는 전근대적인 사상통제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기를 바란다"며 헌재에 계류중인 '군인사법 제47조의 2 위헌확인 등' 사건의 헌법소원에 이같은 의견을 냈다.
군인사법 제47조의 2는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로, 국방부는 이에 따라 각각 대통령령과 국방부 훈령인 군인복무규율과 국군병영생활규정을 불온서적 금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헌법 제75조에 따라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서만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7월 지시한 금지 불온도서 목록에는 널리 읽히는 교양도서와 사회과학도서들이 두루 포함돼 있어 오히려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사회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