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문 들어서며
고여 있는 시간과 마주하다
그곳의 계절은
그 속에서 따로 돌아가고 있었다
적요했다
딴 세상 같아서 참 좋아요
이렇게 같이 걷는 게 얼마만이예요
은근슬쩍 팔짱을 낀다
갑자기 바람이 빨리 지나간다
바람보다 빠르게
나도 모르게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여긴 가을이 훨씬 빠른가 봐요
쟤들 봐요
떨어져 뒹구는 가랑잎을 가리키는
너의 얼굴이 가을날 해질녘이다
큰 담장 밑으로 난 호젓한 길을
네 손 잡고 걸으며
담장 밖 거대한 감옥을 생각한다
네가 있어야 거기가 어디든
자유다
* 역시 사람이다. 절망도 희망도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그리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