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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이수호의 잠행詩간](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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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빗는다
술독에서 막걸리 익듯
묵은 가지에 매향 걸리듯
잘 익은 사발 굽은 눈물겹다
금강계단 뒷산 등 붉은 소나무들
줄지어 곧게 자라지 않듯
탑을 도는 마음 마음
남 몰래 애잔하다
여기선 꼭 한 가지 소원만 빌어야 된데요
너는 속삭이며 두 손 모으고
내 곁을 지나가고
계단 앞 작은 연못엔
수많은 은빛 눈을 반짝이며
지금도 아기용이 살고 있어
마음에 불이 붙어
숯덩이 된 소원
들어주고 있다

* 양산 통도사 옆에 자기 가마를 열고 그릇을 굽는 사기장이 있다. 신한균 사기장이 물레를 돌리고 불 때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금강계단을 탑돌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