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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 때문에 차례상 못 차리는 불효자

[미디어충청] 진천건설노동자들 “추석 전 임금체불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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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엔 고향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부모님이 기다리실 텐데.”

한해 농사지은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라 해서 가장 풍성하다는 추석을 앞뒀건만, 건설노동자들의 얼굴엔 시름이 한 가득이다. 이들에게 추석은 명절이 아닌 단돈 만원이 없어 차례상마저 차리지 못하는 불효자가 될까 싶어 노심초사 하게 만드는 날이다.

지난 6개월간 체불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해 새까맣게 속이 탄 노동자들은 오늘도 “추석 전에 체불임금을 해결하라”며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추석 못 쇠면 너희도 추석 없어"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 너머로 트럭이 줄지어 서 있다.

체불 41억원 하청업체 갑작스레 부도 통보
원청 “선 지급 다했다”, 대전국토청 “체불신고에도 귀 닫다가 부도이후 해결 약속”
노동자들 “믿고 기다렸는데 3천원도 못 주는 아빠로 만드나?”


국도 34호선 신설공사 구간 중 진천-증평 제 2공구 도로공사현장에서 일해 온 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 진천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3월부터 단 한 푼의 임금도 지급받지 못했다. 지난 9월 10일 공사를 진행하던 남선건설이 부도를 내고 임금 18억원과 건설자재 납품대금 23억원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청인 한신공영은 “건설공사현장 예산을 조기집행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상반기 년예산의 70%~80%를 하청에 선지급 했다”고 밝혔다. 발주처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남선건설의 임금체불을 수차례 알린 노동자들에게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부도가 난 후에서야 “청장이 직접 조합원들을 찾아와 빨리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라고 조합원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침에 아이가 ‘아빠 3천원만’ 쭈뼛거리며 말하는데 그 3천원이 뭐라고. 괜히 나한테 화만 나고 할 말이 없더라고요.”

“쌀 안 떨어지면 다행이죠. 회사 부도난 후로 주위에서는 돈도 안 빌려줘요. 누구는 추석이라고 선물 사러 간다는데 누구는 차례상도 못 차릴 것 같으니.”

지난 6개월간의 임금체불은 한 가정의 가장들에게 아이들의 학원과 학습지를 끊게 만들었고 급식비조차 못 줘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다행이라면 대출금을 갚아야 할 기한이 아직 남아 있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도로를 만들려면 몇 년은 걸릴테니까 계속 일할 수 있고, 나라에서 발주했고 원청업체는 대기업이니까”라는 이유로 처음 한두 달 임금이 체불될 때까지는 아니 하청업체의 부도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래도 추석 전에는 주겠지”라며 기다려왔던 노동자들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으레 2~3달 후에 임금을 주니까 그런가보다며 추석 땐 아내와 아이들에게 선물도하고 부모님께 필요한 것을 사 드려야지라는 마음으로 일만 했단다.

“교섭서 해결 안 나면 우리도 당신들도 추석은 없을 줄 알아”
29일 오전 대전국토청, 원청, 채권자, 노조 4자 교섭


  공사현장에 줄지어 선 차량들, 추석이 다가올수록 노동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내일 여기서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한신공영, 채권자, 노조 이렇게 교섭이 있어. 첫 교섭. 우리야 밀린 임금 전액 지급을 이야기 하는 거고. 생떼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받았어야 할 돈을 달라는 건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

조합원들은 “교섭에서 체불된 임금을 꼭 해결해야 한다”며 “원청이 애초 하청업체에게 지급할 때 확인만 잘했더라면 이런 일 안생겼지. 관리감독이 부실해서 사단 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저런 걱정에 삼삼오오 모인 조합원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현장에 세워져있는 자신들의 차량으로 모아졌다.

“임금이 밀려서 그렇지 그래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시키는 대로 다했다”는 누군가의 한숨에 서로를 외면하며 땅만 쳐다보고 있던 조합원들이, “내일 교섭 잘못되면 어차피 고향에 가지도 못할 거, 천막서 그냥 지내자고. 우리만 못가나? 원청이고 하청이고 다 못갈 줄 알어”라는 누군가의 윽박지름에 박수를 치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28일 오전 진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주처와 원청의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