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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이수호의 잠행詩간](67) 다시 용산에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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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들에게 또 협박당하고, 내 집 숙소에 전기도 끊기고
구청직원 몰려와 피 묻은 펼침막, 만장, 심지어
제단에 바친 예쁜 꽃들 받침대까지
강도질하듯 빼앗아 가고
경찰은 시도 때도 없이 유족을 무참히 때리고, 밟고, 찍고
언감생심 집회와 시위는 흉내도 못 내게 하고
누구나 다하는 삼보일보도, 일인시위도
용산의 이름으론 말도 못 꺼내게 하고
걸핏하면 이유도 없이 잡아가 유치장에 처박는
지옥 같은 하루가 가고
그렇게 한 주가 가서
또 한 달이 갔다

8 개월
용산 4구역 남일당
물대포에서 얼음비 쏟아지던 그 추운 겨울 가고
말랐던 은행나무 가로수 그래도 뾰죽뾰죽 새움 돋더니
사제단 천막 그늘에 기대어 더운 여름 가고
뒤편 공사장 흙먼지바람에 불려
가을이 가고 있다

네 계절이 지나가며
용산 4구역은 섬이 되었다
연대의 섬, 단결의 섬, 투쟁의 섬
진실의 섬, 진리의 섬, 정의의 섬
눈물의 섬, 인간의 섬이 되었다
그리고 남일당은 등대가 되었다
망망대해 캄캄한 밤에
이 참람한 명박하늘 아래
여기 사람이 있어요
시대의 어둠 밝히는 한 가닥 불빛이 되었다

* 용산에서의 학살, 8개월이 지났다. 오늘도 해결은커녕 온갖 탄압에 시달리고 있지만, 푸르고 맑은 가을하늘 용산 4구역 위에 펼쳐지고 있다. 열사들, 유족들 별처럼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