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등이 지난 달 27일 쌍용차 파업참가자 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차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파업 당시 6월 11에 실시한 1차 조사보다 중증 우울증상을 겪는 노동자의 비율이 54.9%에서 71.1%로 16.2%가 늘어났다.
조사대상 중 우울증상을 보이지 않아 정상 판정을 받은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일반인의 우울증상 유병율이 10~15%(경증 포함)인 것과 비교하면 쌍용자동차 파업참가자의 우울증상 유병율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2.8%를 보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율도 같은 연구소에서 실시한 다른 조사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다. 서비스노동자(6.7%)와 기관사(6.5%)보다 6~7배 높은 수치다. 노동환경연구소는 “성적희롱과 폭력이 많은 서비스 노동자와 인명사고를 자주 경험하는 열차의 기관사보다 심각한 수치”라고 밝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재해, 사고 등을 경험한 뒤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공포와 고통을 느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질환이다. 환자는 공황발작이나 환청 등을 경험할 수 있고 연관증상으로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 장애, 약물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근본치료는 사회적 회복으로 가능”
조사대상 중 88.8%가 채무상태에 놓여있었고 규모는 5천27만원 정도였다. 파업기간 동안 81.9%가 채무가 늘었다고 답했고 평균 1400만 원 정도가 늘어났다. 노동환경연구소는 채무가 많을수록 파업 중 채무의 증가가 많을수록 정신건강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회사의 회유와 협박 등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14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파업참가자의 사회적 치유를 촉구했다.
이들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고도 우울증은 자연재해가 아닌 공권력이 키운 사회적 질병이다. 경찰의 회유와 협박, 강압수사를 중단하고 회사는 노사합의를 이행하고 손배가압류 같은 야만행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건강연대, 금속노조 등은 쌍용차 파업참가자와 가족들의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 지난 5일부터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권용식 노동건강연대 전문위원은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과 상담과 진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해고자들을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들을 망가뜨린 정부와 회사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