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경기도 교육위원회는 물론 지역 교육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민심은 교육국 설치에 염려를 나타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기획위원회는 지난 4일 상임위를 열고 교육국 신설의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오는 15일 본회의 의결만이 남았다. 도의회 전체 의석 117석 가운데 101석이 한나라당이다.
▲ 경기도교육청. 임정훈 기자 |
백척간두, 김상곤 교육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지난 7일 김 교육감은 ‘비상근무’를 선언했다. 부당한 정치 개입으로부터 교육 자치를 지켜내기 위해 본회의가 열리는 15일까지 ‘200시간 연속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비상근무 사흘 째를 맞는 9일 오전 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김상곤 교육감을 만났다. 말투나 표정은 평소처럼 차분하고 평온 해 보였지만 그 안에 깃든 교육자치를 향한 ‘작심(作心)’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김 교육감은 지난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쟁점화해서 찬반이 심각하게 생길 것까지는 예상 못했다. 막상 그렇게 쟁점이 되니 사회.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돼서 당혹스럽고 난감했다”고 밝혔다. “(도의회에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대응하듯이 한 것은 충격”이었다고도 했다.
교육국과 관련한 이번 일 역시 그렇게 될까봐 염려된다는 것이 김 교육감의 말이다. “도교육청으로서는 경기도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헌법과 법에 있는 정신과 조문에 따라 문제제기하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나 정치적 함의라고 재단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꼭 기사에 넣어 달라며 “이번 문제도 진보.보수 혹은 여당.야당을 따져 편들기 하듯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도의회에서 진정으로 교육자치의 문제로 인식하고 결정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에서 교육국을 신설하겠다고 나서자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부당한 정치적 개입으로 교육자치의 훼손”이라며 적극 저지에 나섰다. 유영민 기자 |
“그렇다. 국회 교과위원이 24명인데 14명의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이 문제와 관련해 반응도 좋았다. 광역이든 기초자치단체든 교육에 대해 열의를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교육청이 해야 할 고유 업무를 내포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을 도에서 하는 건 이해 안 된다고 했다.”
현직 교육감의 ‘200시간 비상근무’가 매우 낯설다
“일부에서 그런 얘기들을 한다(웃음). 경기도가 교육 관련된 조직 개편을 상당히 큰 폭으로 할 경우 일반적 협력 관계로 보면 관련 당사자인 도교육청과 협의 하는 게 상식이다. 주요하게 보지 않아서 사전에 협의나 논의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뒤에 주요한 관계 당사자인 교육청이 법 논리에 비추어 심각하다고 문제제기를 하면 그에 대해서 논의를 하자고 반응을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묵살하듯 도의회 안건으로 제출해 버렸다.
또 도의회가 이것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4일 최초로 상임위(기획위)에서 심의했는데 도교육청 담당 부서장이 도의회에 가서 3시간에 걸쳐 도교육청의 입장을 설명하고 여론도 수렴하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그 모든 걸 생략하고 당일 설명이 끝난 지 한 시간 만에 (상임위에서) 강행처리한 것은 의회민주주의 일반론에서 보더라도 부적절하고 지방 자치와 교육자치를 함께 이끌어가는 관계에서도 부적절하다.
이에 대해 보통의 근무체제로는 대응이 불가한 긴급하고 비상한 상황이라 판단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15일 본회의에서 교육국 설치 문제를 부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고 지방교육자치법의 법 논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것은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경기도민들에게 교육의 안정적 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계속 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 15일까지 200시간 비상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김문수 도지사와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아는데 ‘교육국’ 설치와 관련해 공식 ․ 비공식 경로를 통해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지?
“8월 31일 오후에 기능경기대회 경기도선수단 발대식이 있었다. 그곳에서 김문수 도지사를 만났는데 교육국 문제 이야기를 하시더라. (김문수 지사가) ‘도에서 (교육문제를) 좀 더 잘 해보려 하니 조직 개편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이 사안은 그런 수준이 아니지 않나, 법 논리와 상충 되니 잘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쟁점으로 두고 만나서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다. 다만 해당 부서장들이 경기도에 문제제기하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도에서 교육국을 신설해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함께 교육 문제를 다루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하는데?
“교육은 교육청이 배타적으로 독점할 사항은 아니다. 다만 헌법과 법률에 의해 초중등교육의 기조와 방향 ․ 정책 등을 중점적으로 수립 ․ 집행하는 주체가 교육청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각 시도와 지자체가 주민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 복지에 대응하는 것은 그동안 장려해왔고 교육청도 긴밀히 협조 ․ 협력해왔다. 그런 기구나 조직 구조는 전혀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경기도가 설치하는 교육국을 두고 도에서는 ‘평생 교육 진흥을 위해 경기북부 대학 유치와 초중등교육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라고 목적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조직 개편과 관련한 기구는 내용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도에서 그 일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 것은 정치적 불안정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정당 정치에 좌우되는 도지사가 교육 문제를 주체적으로 다룬다면 교육자치 정신의 훼손이다. 도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문제제기를 안 하는 것은 국민들이 교육청에 맡긴 권한과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 “이번 문제도 진보 ․ 보수 혹은 여당 ․ 야당을 따져 편들기 하듯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도의회에서 진정으로 교육자치의 문제로 인식하고 결정해주기를 바란다”유영민 기자 |
“법적 조치를 포함해서 공유해 나갈 생각이다. 한 번 그렇게 됐다고 해서 영구불변하는 건 아니다. 의사결정 과정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고 의회민주주의와 교육자치에 관련해 결정적 하자가 있다는 걸 자치의 주체인 도민들이 알고 문제 제기한다면 당연히 제고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와 관련한 활동을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할 것이다. 그것은 교육청이나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주어진 임무다.”
이번 사안이 교육문제보다는 정치적 문제로 확산되는 분위기인데?
“그렇다.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 문제와 관련해 엮어서 말하자면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쟁점화해서 찬반이 심각하게 생길 것까지는 예상 못했다. 이는 진보 대 보수 여 ․ 야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쟁점이 되니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돼서 당혹스럽고 난감했다. (도의회에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대응하듯이 한 것은 충격이었다.
이번 사안도 경기도가 제기하는 교육국 문제에 대해 헌법과 법에 있는 정신과 조문에 따라 문제제기 하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한다거나 정치적 함의로 재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부당하다.”
경기도가 아직 학교용지부담금 1조 2천억을 내놓지 않았다
“도에서 학교용지부담금을 주지 않고 있어 현실적으로 도교육청은 금년부터 재정 압박이 시작됐다. 내년에는 정부나 시.도의 세수 부족으로 예산 상당 부분이 삭감이나 압박을 받을 상황에서 우리(도교육청)의 채권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경기교육의 양적.질적 저하가 우려된다. 그 문제는 그것대로 도에 호소하고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경기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기도에서 평생 교육을 열심히 하려고 평생교육국을 따로 만든다든가 인재를 기르고 인재 양성과 관련해 협력하기 위해 인재양성국을 만든다든가 하는 것은 전혀 문제 삼지 않을 뿐더러 환영한다. 협력관계를 더욱 긴밀히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가 추진하는 교육국 개편은 교육정책과 교육 집행의 주체적인 부분을 상당히 훼손할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도 차원의 교육에 대한 지원과 협력이 현저히 줄었다. 대신 시.군에서는 늘었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의 본류를 다룰 수 있는 그릇을 도에서 만들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문제 삼은 것이다. 이를 도민들께서 충분히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