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련 중인 '노숙인 등 저소득취약계층 명의도용 피해 예방대책'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서울시는 노숙인, 부랑인, 쪽방 거주민 등 저소득층들이 명의를 도용당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고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신용서비스를 제한하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사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서울시가 자체 선정한 개인신용평가기관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정보금융대출, 핸드폰 개설, 사업자 등록, 차량등록 등이 제한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이같은 대책이 노숙인과 저소득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차별과 인권침해를 유발시킬 소지가 크다며 재검토를 제안했다. 서울시는 명의도용 범죄(일명 대포통장)로부터 노숙인 등을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인권위는 특정한 사회집단의 권리를 행정기관이 제한 조치 및 관리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 취약계층의 개인정보를 신용정보평가회사가 관리하게 되는데 수집된 정보관리에 대해 구체적인 법적, 제도적 근거 및 보호장치가 미비해 사생활의 자유를 보호받을 권리도 침해될 소지가 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는 "서울시 대책이 노숙인 등 저소득취약계층의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뿐 아니라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명의도용예방신청 철회요청자에 대해 상담 후 처리한다는 것도 "자신의 기록을 관리하고 삭제할 수 있는 권리인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OECD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정보의 국제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자신에 관한 데이터에 이의를 제기하고 그것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그 데이터를 소각.수정.보완하게 할 권리가 당사자에게 있다고 정하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도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차별 소지와 반인권성을 들어 서울시 대책을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노숙생활자를 포함해 홈리스상태에 처한 이들의 명의도용 피해가 임계점에 이르러 해결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서울시의 이번 대책은 제의 발생원인, 범죄의 작동 원리, 제도적 누수, 해결 방안에 대한 처방은 방치한 채 노숙인들의 경제활동을 원천 차단하여 문제 소지를 없애겠다는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