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기 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 소장은 28일 한국사회포럼 기획토론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구조와 전략적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노중기 소장은 “이미 민주노총의 위기는 한 두 해 문제는 아니지만 무엇이, 얼마나, 위기의 성격이 무엇이냐 이런 논의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면서 “연구자들이 이 문제에 천착해야 하며 실천대안을 찾기 전에 할 얘기가 많다“고 밝혔다.
노중기 소장은 위기론의 내용과 그 함의,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서구 위기론의 대체적인 결론은 어떤 것인가? △다시 위기인가? 위기라면 범위와 폭, 깊이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위기의 성격은 무엇인가? 위기의 구조, 전략적 실체, 운동주체, 운동의 환경과 대상에서 발생한 위기인가? △구조적 위기라면 주체전략과 구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위기분석이 새로운 전략에 있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5가지 물음에 답하며 민주노조 운동의 전략적 방향에서 짚어볼 지점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서구 위기 연구동향의 함의를 살폈다. 노 소장은 “80년 이후 서구 사회 모두에 노동운동의 위기가 왔다. 중요한 결론중 하나는 굉장히 구조적인 위기라는 것”이라며 “산업구조, 고용구조, 고용과 무역의 세계화와 경쟁격화에 따른 위기로 거시적이고 구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조변동의 효과는 각 나라의 제도적 기반, 노조의 조직구조, 노사관계 역사. 주체의 전략적 대응에 따라 달랐다.
노중기 소장은 두 번째로 ‘민주노조 운동은 무엇이 얼마나 위기인가?’라는 질문에 이미 위기는 98년부터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노 소장은 “실제 심각한 위기는 2002년 현대중공업이라는 대표적인 민주노조가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둘러싸고 금속연맹에서 제명당하는 사태가 있었다. 현중이 민주노조운동에서 차지한 역할을 보면 이미 그때부터 심각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98년경 외환위기가 진행되면서 정규직 정리해고 구조조정 문제 발생 시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에게 부담을 넘기면서 단위노조부터 위기는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정파대립은 조직문제의 원인이며 결과라고 진단했다. 또 투쟁동력
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노조 운동의 주력은 제조업 대공장 사업장인데 일반적으로 경제주의 매몰되어 다른 사업장 투쟁에 연대도 안하고 자기사업장도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비정규 투쟁이 간헐적 폭발적으로 진행됐으나 대체로 부족한 연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노조내부와도 그렇고 다른 사회운동과의 연대도 점점 약화됐다는 것이다. 노 소장은 또 민주성, 자주성, 연대성, 변혁성으로 대표되는 이념의 퇴락도 언급했다.
노중기 소장은 “98년 이후 여러 곳에서 위기가 가시화 됐지만 위기 대응 없이 방치한 것이 진짜 본질적인 위기”라면서 “위기의 심화확대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고 제대로 된 주체전략이 없어 주체적인 대응을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와 ‘성장의 역설’ 이라는 구조적 원인
▲ 노중기 소장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또 주체전략으로 위기문제를 모두 환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체전략으로 위기로 보는 관점의 귀결점 중하나가 정파대립이라는 설명이다. 노중기 소장은 “정파 때문에 노조운동이 망한다는 시각도 정확한 진단은 아니”라며 “98년 위기는 정파간 치열한 대립이 있었지만 지도부를 비판한 정파가 권력 잡았을 때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2002-3년까지 노사정 참가를 부정했던 중앙파와 좌파가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실질적인 참가와 유사하거나 참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사정 참가가 주체의 노선에서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근원적이 문제였다. 누가 잡아도 노사정위 참가를 둘러싼 정치적 몰락은 필연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노중기 소장은 구조를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경제구조’와 ‘성장의 역설’ 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원인을 제시했다. 98년 외환위기와 더불어 구조 변동이 뚜렷이 나타났고 객관적 구조를 바꿨다는 진단이다. 비정규 노동의 문제라는 해결이 어려운 난제가 다가왔고 직접적인 위기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사업장 노동조합의 경제주의 후퇴는 대사업장 노동자들의 구조변동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설명이다. ‘성장의 역설’은 노동체제의 구조 전환을 불렀는데 경제체제의 구조전환과 중첩되어 87년 노동체제가 해체되면서 민주노조 운동은 기존 동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다.
노중기 소장은 “97년 파업을 거치고 98년 합법화 국면으로 바뀌면서 민주노조운동의 특권적 지위를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정신적, 이념적 대표성을 상실해 이른바 한국노총과 같은 수준의 양대노총이 됐다는 설명이다. 노 소장은 “한편으론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이고 투쟁의 성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목표나 전략 세우지 못하면 제도화로 고착화 되는 가능성이 오는 체제변동이었다. 이 체제변동에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노조 운동의 성장이 불러온 역설적 위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체제의 전환이 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에 담긴 함의는 우리의 위기도 세계사적으로 같은 맥락인 사회경제체제의 변동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위기가 단기적으로 대응해서 풀릴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노중기 소장은 “훨씬 조직화가 잘되어 있었고 정당과 집권 경험도 있던 서구 노동운동이 4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위기가 우리에게도 닥치고 있어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체제전환이 부른 위기는 운동주체가 잘하는 것으로 해소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체가 최선을 다 해도 위기는 일정기간 간다는 것이다.
세 번째 함의는 지금 위기는 노동운동 발전과정에서 보면 성공의 위기이기에 발전이라는 측면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중기 소장은 “노동운동 합법화와 시민권이 약진한 상황에서 계급 세력화와 정치세력화를 해결해야 돌파될 수 있는 위기”라며 “질적 발전을 강요하는 그런 종류의 위기”라고 함의를 설명했다.
새로운 운동노선 정립 실패
그렇다면 구조적 위기이기에 주체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노중기 소장은 운동주체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노 소장은 “지난 10년간 민주노조가 두 개의 전략과 실천을 했다”면서 “우파는 사회적 조합주의, 좌파는 전투적 노조주의라는 전략적 노선상의 대응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회적 조합주의는 이론적으로도 적합하지 않았고 전투적 조합주의도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것이 노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전투적 조합주의는 87년 체제, 기업별노조 체제, 정당 없는 노동체제 등 억압적 상황에서 적합했거나 또는 강요됐던 노동운동의 노선이었고 변화에서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운동주체들이 새로운 노선 정립에 실패하면서 10년간 해온 실천은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였다. 두 가지 실천엔 나름 성과와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현재의 한계는 10년간의 민주노조 운동 실천을 전면 재검토하고 각도를 틀어 문제점을 보완해서 한계를 봐야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산별노조로 운동이 발전하는 계기를 못 만드는 상황이며 정치세력화 문제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모두 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노중기 소장은 노동운동의 위기를 개괄하면서 구조와 전략의 이중주라고 표현했다. 이런 위기는 장기 지속적이기에 정확한 전략 방침위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실천이 전제되지 않으면 쉽게 탈피할 수 없는 성질의 위기라는 설명이다.
“길게 보고 전략적 로드맵 만들어야”
이에 따라 노 소장은 위기분석 안에 담긴 세 가지 함의를 제시했다. 우선 새로운 운동노선 정립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노선을 정립하는 수준에서 과거의 한계를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며 사회연대노조도 그런 관점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저 서구의 사회연대노조를 수입해서 해보자는 식이면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전략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쪽에서 전투적 투쟁과 사회적조합주의를 해왔으나 지금은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산별노조 건설, 합법적 대중정당이긴 하지만 대중계급정당을 만드는 것이 여전히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과제”라며 “지난 10년간 실천의 문제를 밝히고 정리해야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실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타적 지지문제든 노동조합 운동의 실천의 문제든 드러내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정파대립 속에서 그런 진지함을 상실해왔다는 지적이다.
노 소장은 “여기에 비정규 노동자와 연대라는 새로운 전략적 목표를 분명히 드러내야한다”고 제시했다. 산별이든 정치세력화든 비정규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이 없다면 둘 다 껍데기라는 주장이다. 노 소장은 “산별노조 만들었는데 산별노조에서는 개별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을 억압을 관리 않는 산별노조는 산별이 아니다. 계급정당도 역시 비정규직을 억압할 때 그 문제가 잘못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정규직 노동조합과 선을 긋지 못하는 정당은 정치세력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운동의 중심으로 세우는 과제를 새로운 전략 목표로 세워야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노중기 소장은 “이런 세 가지 전략적 과제는 내용적으로 긴밀하게 결합될 수밖에 없는 문젠데 서로 상승하기 위해 전략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가 정치운동을 안 하면서 정치세력화는 불가능하고, 노동정당이 노동조합의 핵심문제에 개입하고 참여하지 않으면서 노동계급정당이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정규 문제는 정치세력화 산별과 바로 직결된 문제”라며 “세 가지 과제를 묶어 두 진보정당이 상호 비판과 견제, 연대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해 전략적 로드맵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