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짐승
어느 낯선 바위 위에서
낮게 으르렁거린다
초록이 무거워 휘어진 가지 사이로
아무렇게나 칠해놓은 회색 하늘
꿈속에서조차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어디론가 혼자 걸으며 달리며 했던
눈으로 얼굴로 가슴으로 두 다리로
마른 정강이뼈로 무좀 발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일상의 낯익은 분노
깊어갈수록 숨 가쁘게 온몸 감고
휘도는 낡은 물안개, 그 상투
바위가 소리친다
외로움의 절정 홀로 빛나는 고통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질러대는 고함들
허기는 아랫배나 그 아래 어느 곳에 있지 않고
알 수 없는,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은
이 배고픔의 거처는 어디냐?
또다시 외로운 짐승
그 쓸쓸한 그림자의 녹슨 울음소리 들린다
* 쌍용자동차 싸움이 길어지며 모두가 힘들다. 외로운 사내들 도장공장 안에서 옥상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다. 우리 모두 외로운 짐승이 되었다. 나도 오늘부터 그곳에 천막 치고 농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