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째다. 쌍용차 정리해고와 관련해 사망한 조합원과 희망퇴직자, 그리고 그 가족이 또 다시 생을 저버렸다.
고인이 된 박 모씨는 20일 오전 쌍용자동차 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되자, 친정 어머니가 병원에 간 사이에 자택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둘 사이의 자녀는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막내와 4살배기 첫째, 이렇게 두 아이를 두고 있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배성태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은 “가장 큰 압박은 손해배상과 경찰의 소환장이었을 것”이라면서도 평소에 사측 관리자 가족들의 “산 자들은 다 나왔는데, 왜 당신 신랑은 안 나오냐? 그러다가 손해배상으로 재산 다 날리고, 감빵 간다”는 내용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아 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 죽음을 “부당한 정리해고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사측과 자신의 책임을 숨긴 채 공권력으로 진압하려는 정부가 함께 죽인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 간부인 이 모씨는 소위 정리해고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산 자’였지만, 해고 대상에 오른 조합원들과 함께 지난 12월부터 농성을 함께 해왔다. 결국 5월 22일부터 쌍용차 노동자들이 옥쇄파업에 들어가자 힘들어 하는 부인 박 모씨와의 전화를 통해 서로 위로해 왔고, 박 모씨가 숨지기 하루 전인 19일 밤에도 서로 통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빈소를 지키던 쌍용차 노동자는 “제가 맨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마냥 '형, 나 어떻게 해'라며 울먹이는 후배를 보면서 어리둥절 했어요. 나중에 후배의 아내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많이 울었다”고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더불어 “옥쇄 파업이 두 달이 돼 가는데, 사측과 정부가 정말 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공권력 투입은 더 큰 희생을 만들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누구의 희생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측이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20일 밤 영안실에는 유가족과 이 모씨의 동료 노동자 40여 명이 빈소를 함께 지키고 있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 빈소와 그 복도 등지에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이들의 울음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현재 유가족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고인의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